▲집회 장소 주위에서 성매매업소 업주 등 남성 수십명이 모여 집회에 참석한 성매매 여성들을 지켜보고 있다.
권우성
집회에 참가한 300여 명의 여성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얼굴을 꽁꽁 싸맸다. 모자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 모양만 달랐다. 무대 앞에 모여 있는 집회 참가자의 대부분은 그런 비슷한 모습의 20~30대 성매매 여성이다.
간혹 얼굴을 드러낸 40~50대 중년 여성들은 업소주변에서 호객행위하는 사람들이다. 그밖에 20~30대 젊은 남성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는데 일명 '삼촌'으로 불리는 관리인들이다. 이들은 색색이 막대풍선을 들고 "단속을 중단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인권을 존중하라", "성매매특별법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에는 또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집회 참가자인지, 경찰인지,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시청 인근 편의점 앞에 주로 모여 있는 30여 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4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로 성매매여성들이 일하는 업소의 주인들이다.
업주들은 집회를 유심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중간 중간 "이거 끝나고 30분 쉬어", "(시청으로) 한 번 더 들어가"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이들은 기자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집회 참가자는 400여 명가량이다.
그렇다면 결국 집회에 나온 여성들은 또 업주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온 걸까? 확인을 위해 여성들과 인터뷰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대체로 쉽게 말을 하지 않았고 남성 관리자들이 대화를 막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원주에서 온 박아무개씨(32)가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업주들은 업주들의 이유가 있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가 업주들의 강요로 집회에 나온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를 꼭두각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일을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그만두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