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성호
삼성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오전 사장단 협의회에서 나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 때문이다. 이 회장이 최근 삼성테크윈의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고 "삼성이 자랑하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강하게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어 "전 그룹 구성원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이같은 이 회장의 발언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이 사장단 협의회에서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곧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삼성테크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건희 회장 "삼성도 예외 아니다"이날 오전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공개한 협의회 내용은 다소 뜻밖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이 계열사 사장단에게 전달한 내용이었다.
김 실장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 출근한 이 회장에게 삼성테크윈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했다. 구체적인 보고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 주변에선 테크윈 임직원들의 비리가 상당 부분 확인됐으며,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해외의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크게 질책했다.
삼성 테크윈의 비리 내용에 대해, 이인용 부사장은 "말하기 어렵다"면서 "사회 통념상 큰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삼성 조직문화가 훼손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 주변에선 국내 대표 방위산업체인 테크윈에서 만든 K9 자주포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K9 자주포는 테크윈에서 독자 개발한 무기로 '명품 자주포'로 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작년 8월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오던 자주포가 내부결함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작년 11월 연평도 사태에서도 일부 K9자주포가 작동하지 않는 등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그룹차원에서 테크윈에 대한 경영진단이 올 3월께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룹 임직원과 부품 하청업체 사이에서 부적절한 금품수수나 접대 등의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인용 부사장은 "오창석 사장이 비리에 연루된 것이 아니라, 내부 감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K9 자주포와도 관련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미래전략실 힘 세지고 이건희 회장 조직장악력 커질 듯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그룹의 미래전략실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미흡하다는 점과 함께, 감사인력 보강과 별도 조직으로 독립 등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전략실 아래 경영진단팀(팀장 이영호 전무)이 별도 독립된 부서로 될 것으로 보인다. 팀장 직급 역시 현재의 전무에서 부사장급으로 올라가고, 인력도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진단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이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 감사 결과에 따라 계열사별로 인적 쇄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이 회장의 그룹 조직 장악력이나 지배력 역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테크윈의 사례를 계기로 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높은 쇄신 분위기가 진행될 것 같지만,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공유하기
이건희의 '버럭'... 삼성테크윈에 무슨 일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