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유성호
"한반도 정세는 지금 북한 핵의 포기와 보유 사이에서 중대한 분기점에 와 있다. 그나마도 2차 북핵 실험 후 한미가 2년 동안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에 이 분기점에 해당하는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남북관계를 총괄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6.15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핵 능력 강화와 한미 정부의 방치로 인해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일반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국가의 핵무기화 단계를 보면 핵시설의 건설 및 가동 → 핵물질 생산 → 핵폭탄의 제조 및 실험 → 핵무기화 → 핵무장화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북한은 4단계인 핵무기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만약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북한은 곧 완전히 이 단계에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2010년 북한의 대외교역 총액(41억7천만 달러)은 전년보다 22.3% 증가했다"는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통계를 인용해 "(유엔의 경제제재가) 북한 체제에 위협을 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해 대북 압박 정책의 실패를 주장했다.
"한미의 북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은 자기모순적"이종석 전 장관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과' 및 '비핵화 진정성' 등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해 한-미 양국이 내건 전제조건에 대해서도 "한미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심사위원석에 앉아 '예스'와 '노'를 판정할 수 있는 경우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해 북한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굴복할 때뿐인데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더 나아가 "2010년 초만 해도 한미 정상이 입을 모아 북한의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를 요구했음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이 전제조건 제시가 자기모순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전략적 인내'라며 북핵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화를 거부한 압박 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시켰다고 비판했음을 상기할 때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6자회담 거부는 결국 북한의 핵능력만 강화시켜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현 단계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북핵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북핵-남북관계-북미관계-북일관계 정상화의 동시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즉,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바, 북한이 핵 개발 명분으로 삼은 자체적인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대신해 대체에너지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는 것. 북한이 보상을 전제로 한 핵 포기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원자력을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여권 일각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해서 우리도 핵을 개발하자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의 핵 개발은 한미관계의 파탄과 동북아 안보정세의 악화 등을 초래할 것이며, 전술핵무기 도입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주고 중국을 자극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임동원 "6.15합의 부정했을 때부터 남북관계 악화"이어,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북한의 도발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는 이미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 합의를 부정했던 2008년 초부터 악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결정책으로 ▲남북간의 평화 ▲대륙 진출을 노렸던 북방경제 ▲경협사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꿈 ▲이산가족의 소망 등을 잃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바꿔 뒷거래 남북정상회담이 아닌 당당하고 공개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하라"고 역설했다.
임 이사장은 진보개혁세력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냉전주의자들이 발 붙일 곳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널리 평화운동을 전개할 것 ▲포용정책의 내용과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위한 실효적인 전략을 꾸준히 개발하고 실천할 것 등을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동철 국회외통위 간사(민주당 의원),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수훈 경남대 교수, 이종원 일본 릿교대 부총장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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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북 핵포기 유도 시간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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