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 핥기만 하고 있는 '반값등록금 투쟁'

등록 2011.06.10 09:32수정 2011.06.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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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핫이슈'가 되어버린 반값등록금. 10일은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의 학생들이 동맹휴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휴업에 참여할지는 모르지만, 요즘과 같은 스펙사회에서 기말고사 시험기간에 휴업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현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반값등록금 요구는 그 본질을 다루지 못한 채 겉 핥기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사학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등록금을 통해 적립금을 쌓아두면서도 학생을 위해 지출을 하기보단 재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지금과 같은 살인적인 등록금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데엔 비판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을 두고 개선해나가야 할 문제이지 어느 순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참여정부 마저도 결국 사학법 개정을 포기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기득권의 저항은 견고하고 치밀했던 것이었다.

또 한가지, 지금과 같은 반값등록금 요구는 무상급식과는 달리 보편적 복지로 접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전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의무교육인 초등교육과정에서 누구나 먹어야 하는 급식을 무상으로 하는 것은 누구나 동일하게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대학은 의무교육과정도 아니고 누구나 가는 곳도 아니다.

또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학개혁과 더불어 세금지원도 필요한데, 간접세인 교육세를 동원하거나 혹은 조세개혁을 통해 직접세로 조달하려고 한다면 양쪽 다 위와 같은 이유로 기득권의 저항 및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이 자명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대학생,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왜 이리 등록금이 비싼가?'보다는 '왜 이리 비싼 등록금을 내며 수험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며 왜 나는 그 흐름에 순응하고 따라가야만 하는 것일까?'일 것이다.

사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문직분야나 학사학위자 혹은 그 이상의 학위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 외에는 고학력자가 필요하지 않는 분야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해방 이후 교육에 목마른 부모세대들의 '대학을 나와야 사람구실 한다'라는 인식과 맞물린 학력인플레 속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먹고살 정도로 돈을 버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대학졸업장을 갖고 있어야 지원이라도 해볼 수 있는 현상 때문에, 결국 그 속에서 자라난 세대들이 그들의 자식들 또한 대학을 나와야만 된다는 인식이 반복되었다.


그 결과 대학졸업장을 갖고서도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하는 사회가 형성된 것이다. 엄청난 경제성장 속에 그저 대학만 나와도 왠만한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대에서 이젠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의 대학생들은 이런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은 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 또한 '주입식 교육'의 폐해와 '개인주의의 만연'이 빚어낸 합작품일 것이다. 예전 386이하 세대는 '개인'의 문제보단 '나라'와 '사회'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공부와 토론을 하고 투쟁을 하였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되면서 '나라'와 '사회'보다는 '나'와 관련이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주입식 교육 때문에 비판적 사고를 갖기 어렵게 된 것, 그것의 산물이 바로 현재 '반값등록금' 논란의 주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현재 한국의 여러 문제점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혀서 대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살인적인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학력인플레를 해소하면 된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어 대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면 저절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될 것이고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 대학을 가는 학생들에게 지원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학력인플레는 누가,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어려운 부분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해결점을 찾을 것인지, 어떤 식으로 실마리를 풀어갈 것인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해결을 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반값등록금으로 사회의 관심이 모였을 때 이 문제를 부각시켜 전국민 차원의 이슈가 되야 해결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없이 반값등록금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이 이슈 또한 어떠한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사그러들 확률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적인 등록금 부담을 지더라도 대학을 가야만 하는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자는 요구가 확산되고 이 요구를 받아 실행할 수 있는 세력으로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필수옵션은 전 국민적인 지지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참여정부처럼 개혁의 시도는 좌초되고 말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고한다.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이 개인의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의 맥락과 상황을 살펴 본질을 파악하고, 개인 혹은 대학생이란 집단의 문제보단 전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외친다면 그들로부터 물결이 일어나 일반 국민들에게 까지 그 물결이 번져 나갈 것이다.

지금 당장은 등록금이 너무 부담이 되고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한들 내가 혜택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당신들은 지성인이다. 실천하는 지성, 행동하는 양심. 그 중심에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당신들이 움직인다면, 기성세대 또한 행동하는 양심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반값등록금 #동맹휴업 #한대련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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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연호 기자님의 특강을 듣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저 또한 각종 사회 현안과 이슈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혼자만의 생각에 그칠 것이 아닌,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또 의견교환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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