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김가람(왼쪽), 김보라미(오른쪽)넥타이 협찬_레이첼 박 / 셔츠 협찬_윤소영 / 헤어·메이크업_나타샤 체·이승은 / 장소협찬_깐빠이 트랜스 바
마이클 허트
근본적으로 사람은 다 같다. 기본적인 동기나 욕구,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 말이다. 하지만 세계관이나 관습 또는 사소한 버릇 같은 문화적인 면에서는 꽤 달라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사회는 각기 다른 역사의 결과다. 또한, 지형 조건과 인간 의지,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에 의한 결과이다.
자연적 지형 요건이 다르듯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또한 다르다. 문화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한국의 만화방이나 러브 모텔 그리고 노래방 같은 공간은 지형만큼이나 독특하다. 물론 '가라오케'라는 발상은 일본에서 왔지만, 노래 부르기는 한국인이 늘 즐겨왔던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한국에서 '노래방'은 독특한 사교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가라오케를 술집이나 클럽처럼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은 자신들끼리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더 선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노래방'은 더이상 일본의 것이 아니다. 마치 UCLA 앞에서 멕시칸이 파는 '불고기 부리또'가 더 이상 한국의 것이 아니고, 일본의 '돈가스'가 미국의 '폭찹'이듯이. 이것 모두는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독특하게 변형한 것이다.
한국의 '룸살롱'은 내게 흥미로운 장소였다. 1994년 한국에 온 미국인으로서 나는 이제껏 이토록 여성이 노골적으로 물건 취급을 당하며 남성을 서비스하는-노래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춤추고 술 마시고 섹스까지- 문화적 공간을 본 적이 없었다.
청교도 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된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새벽 2시 이후 술 판매가 금지된다. 수십 년 전에는 주류금지령까지 내려진 적도 있었다. 성매매는 명목상으로만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을법한 길거리 매춘부들은 욕구불만인 남자들의 피난처이거나 엘리트들의 '옵션'이다. 전형적인 미국문화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사이에서 모순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주에서 스트립클럽을 드나들 수 있지만 여자를 만지는 것은 금기다. 만약 어기면 당장 길거리로 쫓겨난다. 다시 말해 미국은 '볼 수는 있지만 만지면 안 되는' 나라인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욕구를 감추는 방식에 있어서 훨씬 더 현실적이다. '만질 수는 있지만 언급하지 말아라.' 매우 유교적인 해결방식이다. 청교도적인 미국인들은 유혹을 느끼지만 그 욕구를 어떻게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매매를 하더라도 혼자서 비밀리에 비공개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비즈니스 클럽'이나 '비키니 바' 또는 '섹시 바'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 룸살롱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매우 사교적인 사회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즉 남자들끼리 가서 그들만의 욕구를 발산하며 같이 간 사람들과 어울리고 비즈니스를 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장소다.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중요한 국제 거래를 끝내고 수고의 의미로 접대받는 시청 근처의 비싼 '비즈니스 클럽'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공장지대에 줄지어 있는 싸고 지저분한 술집들, 그리고 강남에 있는 비싼 '룸카페'나 내가 사는 마포의 잘 차려입은 여자 바텐더만 있는 바까지. 박정희의 '요정정치' 시절부터 이루어졌을, 여성이 남성 사이에서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며 그들만의 유대감 형성을 도와주는 이 문화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 좋아 보이는 한국 문화를 홍보
여기서 가치관에 대한 비판을 하자는 게 아니다. 난 단지 이 독특한 한국의 문화적, 물리적 공간을 이용해 사진 촬영하는 내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많은 외국인들은 이 공간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나라 망신'에 대해 염려하고 국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은 다수의 한국인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따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단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 그들에게 새로운 것, 즉 문화적으로 흥미를 일으키는 것들을 찾을 뿐이다. 한국인들은 '부정적'인 면이라고 여겨지는 이런 문화가 부끄럽다고 여겨 수치심을 바탕으로 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사회적 역할에 순응하는 유교적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외부에서 자신들을 바라볼 때, 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룸살롱은 이를 흥미있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대화의 화젯거리가 될 뿐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더 깊이 파고들어 이 문화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단체나 정부기관에서 '한국 문화'를 외국에 홍보할 때, 외국인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이나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을 제치고, 늘상 한국인들이 생각하기에 좋아 보이는 한국 문화를 고른다.
현 정부는 조선시대 음식과 인공적인 비빔밥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은 한국식 BBQ와 프라이드 치킨 그리고 멕시칸이 파는 불고기 부리또를 더 즐기는 듯하다. 미국인들은 한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순두부는 미국에 있는 많은 한국 식당에서 건강한 채식으로 마케팅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졌다. 칸을 휩쓴 첫 한국 영화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춘향전>이 아니라 <올드 보이>였다. 또한 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왕의 남자>를 보며 흥미롭다 감탄할 때,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이들은 집단으로 하품을 해댔다.
비슷한 방식으로, 남성을 위한 놀이 장소로서 룸살롱은 흥미로운 문화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고 엣지있는 배경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위와 같은 패션지 사진을 찍으면서 룸살롱 분위기를 시도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접근법은 아마도 경복궁을 배경으로 '퓨전' 스타일의 한복을 입은 여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따분하고 재미없어 지루함만 준다. 이러한 접근이 패션 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편적인 한국 문화 산업이 외국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데 실패한 이유일 것이다.
나는 이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안정적으로 간다'는 것은 예술계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할 거라는 뜻이다. 당신이 제대로만 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안정만 추구한다면 아무도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번역:
이은별)
덧붙이는 글 | 마이클 허트 기자는 1994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처음 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2002년 학위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에서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셜 네트워크 매거진'Yahae!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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