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샨 바자르 풍경. 실을 파는 상인의 모습.
김은주
우리가 묵을 숙소는 카샨의 대표적인 바자르에 가깝게 위치해 있었습니다. 숙소를 나오면 시장 골목으로 바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돈은 있어도 살 데를 찾지 못해 배를 곯은 적이 많았는데 이제 마음껏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시장이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이나 파는 시장이 아니라 카샨 시민을 위한 시장이어서 일반 생필품이 위주를 이뤄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금방 구운 따끈따끈한 난도 마음껏 살 수 있고, 값은 싸면서 달고 맛있는 쿠키도 언제든 살 수 있고,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도, 신선하고 푸짐한 과일과 야채도 마음껏 살 수 있었습니다. 숙소의 위치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시장 초입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가 택시에서 봤던 성직자를 만났습니다. 카샨이 좁긴 좁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그와 나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깊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만나고, 또 좋은 인상까지 받은 걸 보면 보통 인연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마트에 들어섰을 때 그는 냉장고 앞에서 검은 수염이 온통 얼굴을 덮은 남자와 얘기를 나누며 서있었습니다. 난 그가 택시에서 봤던 성직자인 걸 확인하고 솔직히 많이 놀라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놀라고 흥분했던 이유는, 우연히 톱스타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가까이서 봐도 그는 역시 멋졌습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난니 모레티의 지적인 면과 '신과 인간'이라는 영화에서 봤던 신부의 표정을 다 갖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란을 여행하면서 가장 좋은 이미지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난 양해를 구해서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영어든 이란어든 능통했다면 얘기를 나누었을 텐데 그게 안 되는 게 참 아쉬웠습니다. 종교인과 얘기를 나누려면 적어도 상당한 어휘를 써야 할 테고 언어실력이 좋아야 가능한 일인데 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수박 겉핥기식의 반쪽짜리 여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트에서 만났던 성직자에게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무슬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입니다.
지난번 다큐멘터리영화 <위대한 침묵>을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면 행복해지는데 그게 삶의 목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불교인의 삶의 목적은, 우리를 뒤덮고 있는 불필요한 생각과 편견을 걷어내는 것이어서, 결국은 아무런 상을 취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 종교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슬림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정말 신뢰감 가는 성직자에게 질문하고 싶었는데 언어 때문에 참 아쉬웠습니다.
이란은 매우 종교적인 나라입니다. 종교적인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깊은 신앙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걸 추구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주는 편입니다. 마트에서 봤던 성직자는 이란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구체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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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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