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중인 문성근 대표
김민경
- 지금은 좀 덜 합니다만 올해 초만 해도 "야권통합 되겠냐"고 냉소하던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이 운동의 초기에 단일 정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10% 정도, 정당을 달리한 채 후보 단일화를 지지하는 비율이 50% 정도였다. 지금은 역전되었다. 현재는 단일 정당 35%, 부분 통합 후 선거 연대가 15~25% 정도다. 건국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총선에서 선거연대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선거법에 정당이 다르면 경선을 하지 못 하고 경선을 하면 경선에 응한 사람이 패한 뒤 탈당을 해 출마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경선을 해야 단일화가 되는데 정당이 다르면 경선을 하지 못 하니 단순한 선거연대만으로 총선에 임하자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선거 지역구를 각 야당이 분할해 출마하는 것이다. 가령 용산은 민노당, 종로에는 민주당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것이 이번에 순천에서 한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양보한 정당의 후보자들은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이걸 막을 수가 없다, 법적으로. 순천의 경우는 한나라당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서울에서 이랬다면 100% 패배한다.
두 번째 방법은 여론조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적합한 후보가 선출되기 힘들다. 이것이 이번에 김해에서 이루어졌던 방식이다. 근데 이렇게 되면 진보정당(민노당, 진보신당 계열) 후보들이 선택받을 확률이 굉장히 적다. 솔직히 말해서 수도권에서 이 방식으로 선출될 만한 진보계열 인사는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셋 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같은 정당 안에서 당내 경선을 하면 이 확률이 늘어난다. 또 진보계열의 정당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재들이 많은데 이들이 지역구에 출마하면 줄줄이 낙마한다. 노회찬, 이정희 등 훌륭한 진보계열 인사들도 비례후보를 지내면서 인지도를 쌓고 지역구에 달려들었다. 따라서 단일 정당을 이뤘을 때 진보정당들이 충분한 후보들을 배출하지 못 하면 비례대표 후보에서 이를 보정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도 좋고 진보계열 정당에도 좋으며 정당 정상화되니 국민들께도 좋다. 이렇게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데 왜 검토하지 않는 것인가."
- 야권통합의 어려움을 넘어서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는 것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데 이 가능성을 '승리'로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후보상은 뭐라고 판단하나?
"우리는 현재 대선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다수당이 되지 않는 한 승산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진보진영의 정당들은 통합되지 못 하고 분립되어 있고 민주적이지 못 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실권 정당'으로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뭐라고 공약을 내세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민주진보진영 정당 전체가 우선적으로 통합된 틀을 확립하고 이 안에서 정책을 내세우면 그때야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실 것이다. 따라서 특정 후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전체적인 '구조'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4·27 재보선 이후 '야권통합'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증가했고 이것을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인들이 더욱 많아졌다. 4·27의 긍정과 부정은?
"순천 시민들의 놀라운 선택에 경탄했다. 2012년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정당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니 뽑아준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가 되어서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 하면 그 심판은 정말 무서울 것이다. 순천 시민들의 위대한 판단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정당을 달리한 채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 일정부분 효과적이었다. 반면 그 한계 또한 명백히 드러났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동안 특정 후보의 '대세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최근에는 또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추세다. 여당의 '구조조정' 주장도 팽배하다. 이런 현상의 근원에는 뭐가 있다고 보나?
"여기에는 국민의 깨달음이 있다고 본다. 2007년에 문민정부 10년에 대해 실망을 하셨었는데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박정희 대통령 모델이었다. 즉 토건 중심의 고속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2년 만에 이것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국가의 빚을 늘려 국토사업을 벌이면 '낙수효과'가 발생해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닿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 대통령의 가치가 확산되는 것이 복합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일으켰다고 본다. 또 4대강 사업의 불합리성을 걷어내면 더 나은 '복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나는 이것을 보수의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위기는 곧 '비상식진영의 위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다. 조선일보가 '박정희 대통령 신화 만들기'를 문민정부 시절에 시작해 한때는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50%가 넘는 지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몰리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에 박정희 31% 노무현 30% 김대중 12%로 변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는 박정희 35% 노무현 25% 김대중 18%이 나왔다. 노무현, 김대중 두 분의 합계가 박정희 대통령을 앞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국민 전체적인 인식의 변화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요즘 야권통합에 관해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는 것이 민노당과 진보신당 통합 결정을 이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북노선과 같은 예민한 부분에서는 갈등 요소가 잔재해 보이는데….
"그 둘은 원래 부부였다. 한 이불을 덮던 부부였으나 갈등으로 헤어졌고 재결합하려니까 헤어지게 된 이유를 다시 드러내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 과정이 순탄히 진행되어 긍정적인 결과를 이루길 바란다. 이는 곧 단일정단을 이루었을 때 참여자들의 개체수가 더 많아지느냐 적어지느냐의 문제와 관련된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갈 수 있듯' 참여자들의 수가 적어지면 '합의'를 위한 단계는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둘의 통합은 부부가 재결합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같은 이불을 덮자는 것이 아니라 한 집에서 다른 방을 쓰자는 것이다. '합의'를 통해 불가능한 것은 떼어놓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 야권통합 이후 '국민의 명령'의 방향은? 시민단체로서 감시기구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최초의 목적 달성과 함께 활동도 종료되는 것인지."우선적으로 야권대통합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이 목적이다. 그 이후에 시민정치운동 단체로 존속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질문에 '시민단체로서의 감시기구 역할'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데 감시하는 단체는 참 많다. 이것이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걸려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정당과 중립을 유지하며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독재 시절 끊임없이 요구한 프레임이다. 정치하려면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당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요했던 것에 일종의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본다. '정치중립'이라는 용어가 정치철학적으로 어떠한 세부적 담론을 지니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시민단체로서 선호하는 활동을 펼치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응당한 권리다.
'뉴 라이트'를 보면서도 시민단체의 중립을 주장할 수 있나? 이후 민주진보정당의 정권이 세워지면 그 정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진행하려는 일을 지지하는 것이 이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노사모'와 같은 풀뿌리 민주운동은 통신 산업의 구조적 발달을 바탕으로 활발히 일어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는 '무브온'이라는 단체로 진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이 한계에 대해 반성하면서 '무브온' 같은 시민정치 단체로 진화하면서 존속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