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성당한옥마을 어귀에 자리한 성당
정가람
백수가 되고 난 뒤 남는 게 시간이요, 뚜렷한 대안도 없는 터라 아내의 말을 따라 전주로 향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많은 이들이 추천한다 하니 한옥마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긴 했다. 서울 북촌처럼 일정 지역의 한옥을 보전한 것인가? 아님 우리의 것을 강조하는 시류에 편승해 새로 조성된 마을인가?
이윽고 전주. 우연인지 몰라도 한옥마을 표지판은 전주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찾고 있었기에 더 눈에 잘 띄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전주 관광지도를 얻어도 한옥마을 정보가 절반인 것을 보면 한옥마을이 전주 관광의 중심임은 분명해 보였다.
톨게이트에서부터 30분쯤 달렸을까? 전주한옥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높이 치솟던 건물들 대신 나지막한 한옥들이 눈에 띄였고, 잘 정리된 관광지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1977년 한옥마을 보전 지구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막상 마을의 분위기는 고전적이기보다 산뜻한 편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전동성당이었다. 명동성당과 공세리 성당과 마찬가지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전동성당은 그 존재 자체로 이곳 한옥마을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공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쨌든 1800년대 말 지어진 성당들은 수많은 희생들을 바탕으로 그 지역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 가까이 지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