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만 헛디디면...무너진 상주보 제방 '아찔'

[현장] 김진애 민주당 의원 "설계결함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 없어"

등록 2011.06.26 17:34수정 2011.06.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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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좌측 제방에서 26일 오전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조사에 나선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제방 곳곳에 금이 가고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금간 곳을 가리키고 있다.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좌측 제방에서 26일 오전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조사에 나선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제방 곳곳에 금이 가고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금간 곳을 가리키고 있다.권우성

 제방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가운데, 상주보에서는 누런 흙탕물이 거세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제방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가운데, 상주보에서는 누런 흙탕물이 거세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권우성

[기사 보강 : 26일 오후 6시]

"정말 심각한데요.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26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아래 좌측 제방에서 만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세차게 밀려 내려가는 물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오전 칠곡군 왜관읍 옛 왜관철교 붕괴 현장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김 의원은 상주보 아래쪽 제방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은 것.

김 의원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가니 상주보 수문을 통해 쏟아져 나온 세찬 물결위로, 무너져 내린 제방 끝부분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보였다.

"수문이 한쪽으로만 나 있으니 제방이 이 유속과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겁니다. 이런 것 하나도 고민하지 않고, 도대체 이런 재앙을 일부러 만들려는 건가요?"

건축가 출신의 김 의원은 강을 인위적으로 반으로 막아놓고 급류를 만들어 놓아 한쪽 강안이 휩쓸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특별히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니고, 장마철에 통상적으로 내린 비에 300여 미터의 제방이 휩쓸려 내려간 것은 설계결함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좌측 제방에서 26일 오전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조사를 나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왼쪽)와 김진애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붕괴 전 현장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좌측 제방에서 26일 오전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조사를 나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왼쪽)와 김진애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붕괴 전 현장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권우성

김 의원과 함께 현장을 둘러 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큰 우려를 표시했다.

박 교수는 "(보 공사를 하기 전) 수리 모형 실험을 엉터리로 한 것 같다"며 "이렇게 상주보가 만들어진 이상 앞으로도 강안의 급속한 침식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또 "상주보 위쪽에는 다시 퇴적층이 쌓이고 있다. 보 상류에는 준설을 해도 다시 퇴적물이 쌓여 원상태로 돌아가고, 보 하류에는 인공적인 급류가 만들어져서 급속하게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졌는 지하는 것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상주보 건설 전에 찍힌 위성사진을 보면 이번에 무너져 내린 강안은 넓게 모래톱이 펼쳐져 있던 지점"이라며 "모래톱은 물이 완만하게 흐르고 있는 곳에 생기는데, 상주보의 수문을 만들어서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바꿔 제방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이어 "상주보에서는 지난 5월에도 가물막이 유실된 적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상주보는 근본적으로 부실하게 설계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사현장 관계자들이 돌망태 등을 이용해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겠다고 하는데, 비가 얼마나 더 내릴지 모르는 장마철에 이것은 안전을 무시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 앞에 낙동강 제방과 둔치는 곳곳에서 재난에 노출돼 있다.

 상주보 아래쪽 제방이 무너지면서 배수관 등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상주보 아래쪽 제방이 무너지면서 배수관 등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권우성

 수문이 하류를 바라보고 좌측에 치우쳐 있는 상주보. 이 곳에서 나오는 거센 물살에 좌측 제방이 무너져 내렸다.
수문이 하류를 바라보고 좌측에 치우쳐 있는 상주보. 이 곳에서 나오는 거센 물살에 좌측 제방이 무너져 내렸다.권우성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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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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