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공부 못한다는 이유로 '쓰레기', '양아치' 소리를 예사로 듣던 아이들. 심지어 다니던 학교에서마저 사실상 퇴학을 강요받아야 했던 아이들이 1년 넘게 꾸준히 인문학을 공부해 급기야 논문까지 직접 쓰게 됐다. 인문학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이 작은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시사IN)
사실이 그랬다. '세.심.교' 아이들은 평소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낸 학생들이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보면 '문제아', '꼴통'이었다. 학교와는 맞지 않는 아이들이 그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인문학 공부를 하고, 문화공연을 기획하고, 논문을 써서 발표회까지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김준혁·서인석·송상호·심한기의 <우리는 인문학교다1>, <우리는 인문학교다2>는 '세 개와 심한-개의 인문학교(이하 세·심·교)'를 만든 과정에서부터, 어떤 것을 읽고 토론하고 글로 써왔는지, 또 어떤 것들을 발표하며 세상과 소통해 왔는지를 여과 없이 드러내 준다.
사실 제도 공부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안학교를 간다. 하지만 거기에도 나름대로 조직과 틀과 규율이 있다. 무턱대고 방목을 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세·심·교였을 것이다. 학생은 세 명, 교사는 한 명, 그게 전부다. 학교라고 할 수도 없는 공간, 학교라고 인가를 받을 수도 없는 곳. 하지만 세·심·교에 있는 게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하나요, 재미와 열정을 목표로 남다른 인간애로 똘똘 뭉쳐 각자의 꿈을 실현한다는 게 그것.
그곳에서는 주로 무엇을 공부할까? 서로가 공부하자는 데 의기투합하기까지는 놀고먹는데 그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인문학교 교장인 심한기 선생의 공부제안에 모두들 한 뜻을 품게 된다. 그것이 인문공부로 귀결되고, 역사에서부터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책과 영화와 토론과 글쓰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마치면서 논문발표회도 겸한다.
"세·심·교는 어쩌면 이러한 고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물과도 같다. '세 개'의 아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으나 대학 진학에 대한 의지는 없었고, 그렇다고 그동안의 경험들이 연결된 청년으로서 또는 성인으로서의 계획도 명확하지도 않았다. 부모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그동안 '품'에서 잘 놀고 건강하게 성장했으나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세 개'에게 공부를 제안했다."(1권, 17쪽)
그를 바라보는 세상 시선은 어떨까? 언젠가 <오마이뉴스>와 <시사IN>에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또 공중파 방송도 탔다고 한다. 누구는 격려를 하고, 또 누구는 비아냥거리기도 한 것 같다. 응원 댓글이 줄을 잇기도 하고, 비판 댓글도 한몫 한 게 그것이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거라는 기대감도 불어 넣는가 하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딴지를 걸기도 하는 것 등.
정작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부모님들은 어땠을까? 논문 발표회 정도까지 나갔으니 믿을 만하다고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대견스럽다고 말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100% 동조하거나 격려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어느 정도 신뢰를 보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뭘까? 대학졸업장이 없는 시대에 취직을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같은 것. 그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어디든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졸업장이 보편화 돼있다. 그게 있어야 뭔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걸 얻을 수 없으니, 이들의 부모들로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것을 멋지게 하고 그것을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고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깊은 속까지 들여다볼 수 없고 아직은 모든 것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결시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한다. 우리들 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공부는 필요하다. 소수가 아닌 다수가 함께할 때 더 즐거운 공부가 될 수 있으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는 더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행복한 동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한 변화를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 모였다. 도봉구를 우리가 변화시킬 것이다. '세·심·교'의 활약을 기대하시라."(제2권, 507쪽-《도봉N》에 실린 글)
이 책을 읽고, 느낀 게 있다. 한계에 관한 게 그것. 이 세상에는 여전히 불합리한 틀을 깨트리고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심·교 인문학교만 아니라 다른 학교나 단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활동을 과연 대학 당국이 인정해줄까?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이들의 활동목록을 보고서, 이들을 합격시켜 준 대학은 없었다. 왜일까? 우리나라 교육계의 틀이 그걸 허용해 주지 않는 건 아닐까?.
어떻게 바꿀 수는 없을까? 다들 명석한 아이들이 아니고 영어와 수학에 다들 수재들이 아닌 바에야 다른 대안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닐까? 공부하면 머리에서 쥐가 나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 묘안을 짜내야 하지 않을까?
교육당국이 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결국은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바꿔나가야 한다. 그 길 외에 달리 길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느릿느릿 걸어가도, 끈기 있게 가야 한다. 끈질기게 매달리는 사람만이 자기 분야의 일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그때 남다른 발자국도 남는 법이다. 이 책에서도 추천하지만 <아뿔사, 난 성공하고 말았다>도 그렇고, <아웃사이더의 힘>도 그런 흐름의 책들이 아니던가.
물론 성공을 담보로 그 길을 걸어가는 건 아닐 것이다. 세상 주류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쌓고자 그 길을 개척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되어, 메이저급 주류사회에 편승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심·교 아이들은 그저, 지금 주어진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 사이에서, 제 길을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건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역사'라고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2011.06.29 17:56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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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문학교다 1 - 고3이 아닌 열아홉 살의 삶과 인문학 공부
김준혁 외 3인 지음,
학이시습,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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