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가디언>(Guardian.co.uk)은 7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 정상회의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7월 5일, 베네수엘라의 마가리타(Magarita)섬에서는 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금년이 1811년 카라카스 지역 주민이 자체적으로 의회를 구성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담긴 의미는 적지 않았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 칠레의 피녜라 대통령 등이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6월 10일에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쿠바에 머물면서 외과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쿠바에 머물면서 수술 후유증에서 회복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29일에 베네수엘라 당국은 정상회의가 예정대로 열리기 어렵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다. 다음 회의날짜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차베스의 부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차베스 반대파와 지지자 사이에 그의 건강을 둘러싼 논쟁이 불 붙고 있다고 한다. 그의 지지자들은 56세인 차베스가 골반의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중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파들은 그가 전립선암에 걸렸다고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망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난 28일, 베네수엘라 국영 텔레비전은 전 쿠바 국가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나란히 있는 차베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내보냈지만, 이 영상은 대부분 묵음 처리 되었고 사전에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베네수엘라의 한 정부당국자 말을 인용해 "우리는 차베스가 매우 활달하고, 잘 회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영상이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차베스 반대파들의 요구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차기 대선에서 차베스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외로 추방돼 페루에 머물고 있는 야당 지도자 마누엘 로살레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은 이 이상한 침묵이 조성한 불편과 의심, 국내외의 다양한 추론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더 선명한 메시지를 원한다"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차베스의 부재와 관련하여 정치 분석가들의 견해도 서로 갈린 상태라고 한다. 그의 부재가 2012년에 열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매일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대통령의 말을 들었던 국민에게 차베스의 부재는 너무도 충격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 차베스 대통령이 만들어낸 상황이 2008년 쿠바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장이 사임하면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좌를 물려줄 때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지난 2006년에 동생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기기 전에 장출혈로 수술을 받았다. 형제간 권력 승계를 와병으로 인해 생긴 공백기를 이용해 처리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후임자로 그의 형인 아단 차베스(58) 바리나스주지사가 가장 유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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