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군부대는 우리 목장이유"

35년째 대 이어 목장 운영하는 부부와 아들 이야기

등록 2011.07.01 13:40수정 2011.07.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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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와 아들 밖에는 지금 비가 억수같이 오지만, 행복한 대화를 나눈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능순목장 사람들의 오랜 만의 여유시간이다. 그들이 소를 닮았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부부와 아들밖에는 지금 비가 억수같이 오지만, 행복한 대화를 나눈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능순목장 사람들의 오랜 만의 여유시간이다. 그들이 소를 닮았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송상호
▲ 부부와 아들 밖에는 지금 비가 억수같이 오지만, 행복한 대화를 나눈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능순목장 사람들의 오랜 만의 여유시간이다. 그들이 소를 닮았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 송상호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지난 6월 29일, 능순목장(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석하리) 거실에서 행복한 수다가 터졌다. 35년째 목장을 하는 임능순, 조현순 부부와 그들의 아들 임완빈씨와 나눈 대화다.

 

우리는 소 하면 무조건 느린 줄 안다. 조현순씨는 천만의 말씀이란다. 소 10마리 중 느린 소는 2~3마리에 불과하다고. 빠른 소가 건강하고 젖도 많이 나온다니, 목장에선 빠른 소가 효자다. 반면 어미소가 느리면 송아지도 느리단다.

 

"어떤 소는 얄미울 때가 있어요. 풀을 주면 먼저 먹으려고 약게 머리를 써요. 남의 것도 뺏어 먹기도 하고. 그 소가 움직이는 게 제 눈에 다 보여서 웃음이 나와요."(웃음)

 

소를 때리거나 난폭하게 대하면 소도 독해진다고. 한번은 다른 농가에서 사온 소를 자신들의 목장 우리에 넣었더니, 그 소가 거칠게 휘젓고 다니더란다. 결국 사온 소가 기존 소들의 대장 노릇을 하더라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꼴이다.

 

"소를 사랑으로 대하면 소도 순해져요."

 

사랑받지 못한 소는 발길질도 잘한단다. 소를 키우는 덕에 부지런해졌다고 자랑하는 가족. 그들의 눈을 슬쩍 보니 영락없는 소눈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소들도 각자가 개성이 뚜렷해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소 키우며 고생하는 걸 보고 자란 완빈씨. 고등학생 땐 다른 집 자녀는 학원 가고 공부하랴 바쁠 때, 완빈씨는 소젖 짜고 있었단다. 그때 어머니 현순씨는 '아들이 이래도 되나'며 마음이 아팠다고.

 

목장전경 부부가 평생 일궈낸 열매로서의 지금 목장이다. 자택과 목장이 한 군데 있는 것은 쾌거 중 하나다.
목장전경부부가 평생 일궈낸 열매로서의 지금 목장이다. 자택과 목장이 한 군데 있는 것은 쾌거 중 하나다. 송상호
▲ 목장전경 부부가 평생 일궈낸 열매로서의 지금 목장이다. 자택과 목장이 한 군데 있는 것은 쾌거 중 하나다. ⓒ 송상호

그러더니 완빈씨는 결국 천안연암대학 축산과로 진학했다. 그리고 축산과 출신이고 아버지가 목장을 한다는 이유로 농어촌 특례 대체 복무를 하게 된 것. 22개월 동안 군부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하는 대신, 아버지 목장에서 34개월 동안 복무하게 됐다.

 

완빈씨의 하루 일과는 아버지 능순씨와 거의 비슷하다. 하루 종일 소와 씨름한다. 한 달에 한 번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한 달 동정을 보고하는 것으로 그나마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단다.

 

지금 아들은 18마리를 관리하고, 아버지는 17마리를 관리한다. 도합 35마리 소가 능순목장의 자산이다. 아들은 제대를 하고도 이곳을 평생직장으로 삼을 생각을 하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가 크게 의지가 된다 하고, 아버지는 아들이 든든하다 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려줄 터전을 준비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노후를 준비하고.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완빈씨를 누가 말리랴.

 

"자녀들 졸업식 때도 못 가봤으니..."

 

이렇게 되기까지 결코 수월한 세월이 아니었다. 35년 전, 그때 돈 150만 원으로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시작한 목장이었다. 금광면을 통틀어서 겨우 3~4집만 목장을 하던 시절이었다.

 

25년 전만 해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공도읍, 미양면 등까지 경운기를 타고 풀을 베러 다녔다. 15년 전부터야 사료용 옥수수를 경작해서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 사료 값이 비싸니, 사료에만 의지할 수 없었다.

 

지금 현재의 위치로 오기까지 몇 차례나 목장을 옮겨야 했다.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지금은 목장에 지붕이라도 있지만, 그 전엔 지붕도 없어서 비가 오면 소들이 노다지 비를 맞았다. 한번은 송아지가 없어져 한참을 찾다보니 도랑에 처박혀 있더란다.

 

"여유 시간이 없는 게 제일 힘들지유. 새벽부터 하루 종일 소한테 매어 있응게. 1년 365일 어디 멀리도 못 가유. 자녀들 졸업식도 못간 적이 있으니."

 

요즘은 새벽 5시, 겨울엔 새벽 4시면 눈을 뜬단다. 30년 넘게 박힌 습관이라 새벽 4시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단다. 눈뜨고 일어나자마자 소젖을 짠다. 아침 7시면 우유차가 오기 때문이다. 코스 중에 능순목장이 제일 처음이라 어쩔 수 없다. 수시로 풀 주고, 짚풀 주고, 사료 주고. 옥수수 베어 오고, 다른 농사도 짓고, 밤이 늦어도 불 켜놓고 소를 돌보고. 일로 시작해서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사다.

 

1남 2녀 모두 소 덕분에 대학 졸업시켜

 

그 옛날 소 팔아 대학 보낸다 했는데, 이 집이 이것을 이뤄냈다. 35년 전 송아지 값이 150만 원일 때에야 가능했던 전설이었지만, 지금은 송아지가 15만 원밖에 안 된다니. 순전히 소 값 덕분이 아니라, 부부의 쉼 없는 노력이 일궈낸 열매이지 않은가. 3자녀(1남 2녀) 모두 대학을 나온 것이 부부에겐 커다란 훈장과도 같다. 시골마을에서는 대단한 일로 손꼽히고 있다.

 

거기다가 아들 완빈씨가 목장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으니. 완빈씨는 소만 키우는 목장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는 목장, 보고 싶어하는 목장'을 만드는 게 꿈이라니. 아! 소를 닮은 아름다운 영혼들이 아닌가.

 

소들 앞에서 소들 앞에서 능순목장 사람들이 포즈를 취했다. 원래 이런 것을 잘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어색의 극치를 달린다. 그만큼 이들이 순수하다는 걸 말하리라. 포즈만 취했을 뿐인데, 소들이 짚을 먹으려고 와서 웃음을 자아냈다.
소들 앞에서소들 앞에서 능순목장 사람들이 포즈를 취했다. 원래 이런 것을 잘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어색의 극치를 달린다. 그만큼 이들이 순수하다는 걸 말하리라. 포즈만 취했을 뿐인데, 소들이 짚을 먹으려고 와서 웃음을 자아냈다. 송상호
▲ 소들 앞에서 소들 앞에서 능순목장 사람들이 포즈를 취했다. 원래 이런 것을 잘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어색의 극치를 달린다. 그만큼 이들이 순수하다는 걸 말하리라. 포즈만 취했을 뿐인데, 소들이 짚을 먹으려고 와서 웃음을 자아냈다. ⓒ 송상호
2011.07.01 13:40ⓒ 2011 OhmyNews
#능순목장 #안성 #임능순 #석하리 목장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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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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