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 엄마와 폣병쟁이
장다혜
그런데 창이 아버지가 죽고 창이 엄마가 이사를 가자 이번에는 아들 하나만 데리고 그 방으로 이사를 온 아줌마는 남편이 없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있기는 하지만 없는 것이나 매 한가지였습니다. 본처가 있는 남자의 아이를 낳았으니까요. 아들은 아버지의 호적에 올렸다는 말이 있고 그 아줌마는 결핵을 앓고 있었서인지 광대뼈가 유난히 나왔고 큰 키에 마른 몸매를 지녔습니다. 사람들은 결핵을 앓고 있는 그 아줌마 곁에 가기를 꺼려했습니다.
아주 인상적인 것은 아이의 아버지가 찾아오는 날입니다. 보통 때는 화장을 하지 않는 아줌마가 그 날 만큼은 화장을 하고 빨갛게 입술에 루즈를 바르고는 했는데 나는 그 모습이 몹시 낯설고 웬지 안타까웠습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자신에게 아이를 낳게 하고 산동네에 처박아두는 남자도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나이에도 왠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아줌마가 화장을 하는 날이면 아이의 아버지가 오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주 잠깐 머물다 생활비정도를 주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나는 이 아줌마가 부엌에서 뒷물을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뭔가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단. 남편이랑 부부관계를 갖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나이였는데도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 아줌마가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알 수 없는 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줌마의 아들이 깔끔하게 차려입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섯 살 정도 되었던 그 아들이 본처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날인 것입니다. 아마 아이의 아버지가 본처랑 협상을 했던 모양인지 본처까지 대동하고 찾아왔습니다. 아줌마는 무슨 죄인처럼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아들을 내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아이의 아버지와 이미 말이 다 되어 있었던 듯 합니다.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 진짜 사랑이 오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아버지가 아들까지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 더욱 분개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세계였지 아이들의 세계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줌마는 얼마되지 않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아들을 더 이상 키우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현실이었으니까요.
어른들의 세계란 복잡한 것 같습니다.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행복한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건강하면서 불행한 것이 나을까요. 어른들이란 이 두가지를 다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학현이의 성장에피소드 <최초의 거짓말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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