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황태국황태국은 술 마신 뒤 속풀이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특히 무더운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난 뒤 기운이 쪼옥 빠져 온몸이 물 먹은 솜처럼 흐물거릴 때 쌀밥 한 그릇 말아 죽 먹듯이 후루룩 마시고 나면 마치 원기주사(링거)를 맞고 일어난 것처럼 온몸이 가볍다.
이종찬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황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해장국이다. 그렇다고 황태가 해장국으로만 쓰인다는 뜻은 아니다. 황태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황태구이, 황태설렁탕, 황태순두부찌개 등 여러 가지다. 요즘 들어서는 황태강정, 황태메밀냉면 등 예전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음식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길손(글쓴이)은 술을 참 좋아한다. 그것도 황태국물처럼 뽀오얀 막걸리라는 약술(?)을. 그렇다고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거나 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손발을 발발 떠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오마이뉴스>에 맛 이야기를 쓰고 있는 '맛객'(김용철)이 그랬던가. 술을 마신 그 다음 날 속풀이를 잘하는 사람이야말로 술을 마실 자격이 있다고.
그래. 술과 해장국은 어쩌면 불(여름)과 물(보양)인지도 모른다. 술이 불이라서 마시고 난 그 다음 날 이른 새벽이면 속에 천불을 일으켜 속을 쓰리게 태운다면 해장국은 물이라서 한 그릇 후루룩 마시면 그 천불을 순식간에 스르르 잠재우니까 말이다. 문제는 술을 마신 뒤 어떤 해장국을 마시느냐에 따라 몸에 깃드는 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 체질에 따라 물론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길손이 치는 으뜸 해장국은 뽀얗게 우러난 황태국이다. 황태국은 술 마신 뒤 속풀이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특히 무더운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난 뒤 기운이 쪼옥 빠져 온몸이 물 먹은 솜처럼 흐물거릴 때 쌀밥 한 그릇 말아 죽 먹듯이 후루룩 마시고 나면 마치 원기 주사(링거)를 맞고 일어난 것처럼 온몸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