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신고한 거 너지? 또 해봐 개××야!"

아침마다 잠깨우는 아랫층 할머니, 구청에 신고했더니

등록 2011.07.08 17:12수정 2013.06.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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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웃 간의 분쟁, 지난해 4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진 이런 말들이 저에겐 아주 낯설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을 직접 체험(?)하고 보니 층간소음이 아주 심각한 문제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바로 아랫층엔 할머니와 그녀의 아들, 그리고 초등학생 남자아이 이렇게 셋이 삽니다. 문제는 할머니인데, 이 할머니의 목소리는 워낙 거칠고 톤이 높아서 윗집인 저희 집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할머니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매일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고성을 지릅니다. 할머니의 온갖 욕설이 뒤섞인 고성 덕분에 새벽 5시에 기상했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는 '사이비 아침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함께 피로가 쌓이는 부작용도 생겼지요.

할머니 말로는 "아이가 자폐아라서 매일 아침 아이를 챙겨서 학교에 보내느라,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일요일에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닐 텐데, 일요일에도 시끄러운 이유는 뭘까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사실 창을 열어놓으면 아랫집에서 떠드는 내용이 다 들려서 내막을 훤히 알지만 개인 사생활이라 일일이 밝힌 순 없습니다).

어쨌든 참다못해 지난달 녹음파일을 첨부해 구청에 민원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구청에선 현행법상 '사람 소리와 동물의 소리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더군요. 다만 민원을 제기했으니 할머니 댁을 방문해 주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군요. 구청 관계자의 방문 이후 할머니는 며칠간 잠잠하더군요. 하지만 불과 며칠 뒤 할머니의 고성은 '원상복구'되었습니다.

"어디 또 신고해봐, 이 개××야!"


급기야 오늘 아침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죠. 오늘도 할머니는 새벽 5시부터 떠들기 시작하더군요. 평소 같으면 아랫집 덕분에 장만한 소음 방지용 귀마개를 끼고 그냥 자버렸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한마디 하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낀다고 해도 할머니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덜 시끄러울 뿐이죠.

오늘 아침 7시쯤 아랫층 문을 두드렸습니다.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더군요.


"너무 시끄러운데, 좀 조용히 해주실 수 없습니까?"

물론 저도 평소에 쌓인 게 있어서 그다지 정중하거나 공손한 말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과 태도 또한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다짜고짜 "야 이 개××야, 지난번에 신고한 것도 너지? 어디 또 신고해봐 이 개××야!"라고 쏘아붙이더군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이더군요. 황당해서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라고 되물었더니 "신고하라고!"라며 큰소리를 치더군요. 할머니 아들이 나와 말려서 일단 사태는 수습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더군요.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동물과 사람 소리의 경우 아무런 행정적 제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시끄러운 이웃'으로 검색해보니 아랫집 할머니처럼 막무가내인 이웃을 만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어째서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칼부림이 나는지 알 것 같다"고 호소하는 글도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사생활 침해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갖춰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수 있어, 최후의 방법이지 최선의 선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층간소음의 경우 부실공사와 같은 건물의 구조적 결함에 의한 경우도 많아 소음이 고의가 아닌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소문이 나면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게 무서워서라도 꾹 참는다고 하더군요.

이웃 간에 칼부림 나는 이유 알겠다 

하지만 사람이 내는 소음(목소리)의 경우엔 조금만 배려하고 노력한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서울처럼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조에선 배려가 필수이지요. 그러나 제 경우처럼 이웃 간의 대화나 배려에만 호소하기에는 사태가 심각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희 아랫집 할머니처럼 막무가내인 이웃을 만나면 사정은 확 달라지니까요. 때문에 이웃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며 다분히 고의적인 소음을 유발할 경우, 비록 사람의 목소리 일지라도 과태료를 부과 하거나 '창문개방 금지 명령' 같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일선 경찰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아침부터 이웃에게 '개의 아들'이란 욕을 먹고 열이 확 올라와서 관할 경찰서에 문의를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도 "이웃의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신고한 분들의 고통은 잘 알지만 관련 법령이 미비해 처벌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시끄러운 이웃'에 대해 대화로 원만히 해결할 것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쟁을 해결 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이웃 #이웃과의 소음분쟁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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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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