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이젠 '짝퉁'으로 봐야 하나
모나리자도 비웃을 불국사의 코미디

[2011 지역투어- 대구경북울산⑤] 10년 전 깨진 '짝퉁' 석굴암, 누가 부활시키나

등록 2011.07.23 10:10수정 2011.10.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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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7월 지역투어 두 번째 행선지는 대구경북과 울산입니다. [편집자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보 24호 석굴암 제2석굴암 건립이 논의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보 24호 석굴암제2석굴암 건립이 논의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석굴암홈페이지


석굴암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모형전시관은 건립될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 문화재청과 불국사가 제2 석굴암 건립을 추진하면서 격렬한 사회적 논란이 됐다가 잠잠해 진 지 10년만에 다시 이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통일신라시대 경주 토함산에 세워진 한국의 대표적인 석굴사찰인 석굴암은 신라인들의 뛰어난 건축미, 성숙한 조각기법 등을 보여주는 역사 유적으로 국보 제24호로 지정됐으며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잡은 석굴암은 8km 가량 도로를 따라 차로 20분 정도 올라가야 볼 수 있으며, 습도 문제로 유리벽으로 막아 보존되고 있다.

제2석굴암, 모형전시관, 사료관 등 명칭도 제 각각인인 모형전시관건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원형 훼손의 위험에 처한 석굴암 보존과 국민 관람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석굴암 본사인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주지 성타스님)가 가장 적극적이다.

모형전시관 건립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사찰 쪽에 의해 그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1997년 10월 불국사 부주지 성천스님은 언론을 통해 "석굴암 참배객과 관람객이 너무 많아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날로 훼손돼 가고 있다"면서 제2석굴암 건립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후 문화재청은 지난 2002년 2월 4일 제2석굴암 건립계획을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약 1년동안의 거센 논란 끝에 2003년 4월18일 건 립계획이 유보됐었다.


올해 들어 10년만에 모형전시관 건립 논란이 불붙은 것은 지난 5월 경주를 방문한 최광식 문화재청장에게 사찰 측과 경주시가 건립 필요성을 건의하면서부터다.

제2석굴암 건립, 경주시가 전면에 나선 이유


 항공기에서 찍은 석굴암 사진.
항공기에서 찍은 석굴암 사진. 석굴암홈페이지

10년 전 거센 논란 때문인지 불국사 측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은 기자와 만나 "관람 불편 등 관람객들의 불만과 민원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현재로는 여론을 알아보고, 건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하려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불국사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논란에 휘말릴수 있기 때문에 경주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주시는 석굴 내부의 훼손 방지, 외부관람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형전시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광활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시는 명칭도 논란의 소지가 많은 제2석굴암 대신 석굴암사료관으로 공식화 하고 있다.

이우찬 경주시문화재과 문화재보수담당은 "관람객들은 석굴훼손 방지를 위해 설치한 유리관을 통해 본존불을 볼 수밖에 없기때문에 불만을 많이 제기하고 있다"면서 "모형을 건립하고 관련자료를 모아 전시한다면 관람객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석굴암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홍보하는데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굴암과 토함산의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검토해서 건립한다면 큰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주시는 문화재청에 석굴암 사료관 건립에 따른 여론수렴과 공감대 확산 등에 필요한 예산 5억6000만원 반영을 요청했으며, 문화재청은 내년예산안에 이를 그대로 반영해 기재부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석굴암사료관 건립 필요성 확산을 위한 학술용역비에다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산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경주시는 내년부터 공론화 작업 및 기본계획,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13년부터 2014년말까지 석굴암 사료관 건립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며, 이에 필요한 예산은 150억원(국비 105억, 도비 13억, 시비 32억)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문화계 등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높다. 문화재 가치의 진수인 진정성(眞情性)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개발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세계문화유산 주변 경관에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존권고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석굴암 연구의 권위자인 강우방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지난달 말 KBS포항 라디오 <아침의 광장>에 출연해 "복제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감동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조각품이자 건축적 독창성을 갖고 있는 위대한 작품인 석굴암의 복제품을 만든다면 그 본래 지니고 있는 가치조차 크게 훼손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교수는 건립 의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반대하는데 왜 억지로 만들려는지, 그 발상부터 의심이 간다. 만들면 시주가 많이 들어올 테고, 따라서 상업적 효과를 노리기 위한 것이 아닌지… "라고 말해, 제2석굴암 건립에 상업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제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감동이 없다"

 석굴암 본존불
석굴암 본존불석굴암공식홈페이지

문화재청은 지난 2002년 2월 4일, 제2석굴암 건립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52억원을 들여 현재의 석굴암에서 동남쪽으로 100m 떨어진 진현동 계곡에 지상 1층, 지하 1층의 '석굴암 역사박물관'을 그해 5월에 착공해 2005년 개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한국미술사학회, 환경운동연합 등 23개 학술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석굴암·토함산 훼손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문화재청을 압박했다.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1년여 논란 끝에 문화재위원회(위원장 최영희)는 2003년 4월18일 7개 분과위원장이 참석하는 합동회의를 열고 "석굴암 역사유물 전시관 건립의 필요성과 취지는 인정되나 현 계획안의 전시관 위치는 부적절하다"며 "향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위치를 포함한 건립규모, 모형재질 등 제반사항에 대해 재고하도록 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었다.

이번 논란은 1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찬반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제2석굴암 건립방안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벌써부터 일부 불교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하게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건립을 전제로 여론작업을 본격화 할 경우 논란은 더 한층 격하게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10년 전 문화재위원회에서 유보 결정을 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문화재위원회의 유보결정은 건립위치가 현재의 석굴암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이어서 경관파괴 등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만큼 석굴암의 경관훼손을 피해 건립위치를 정할 경우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고, 결국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황석호 경주시 문화재과장은 "내년에 시행할 타당성 조사에서는 10년 전 건립계획은 무시하고, 원점에서 출발해 위치와 규모 등을 새롭게 검토하는 만큼 10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주시민들과 관련 단체들 반응 엇갈려

 석굴암 주실인 원굴에 들어서면 좌우의 천부상 다음에 보살입상이 배치되어 있다.
석굴암 주실인 원굴에 들어서면 좌우의 천부상 다음에 보살입상이 배치되어 있다.석굴암홈페이지

경주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불국사 인근에 밀접한 상가 주인들은 일단 크게 환영했다. 관광객들의 불만섞인 반응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석굴암 사료관 건립이 관람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경주관광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국사일대 상가 주인들로 구성된 불국사상가연합회 배치홍 회장은 "관람객들이 4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한참을 걸어서 석굴암을 보러 가지만, 유리보호막 앞에서 스치듯  본존불을 보고 돌아나오는 게 현실이고, 그런 관람객들이 인근 상가에까지 와서 이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는다"면서 "워낙 이런 불만을 많이 들어서 석굴암 모형전시관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석굴암과 토함산의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 하는 장소에 건립한다면 경주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많은 상인들도 이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주지역 문화재 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나 회원들의 생각은 이와 판이하다.

김윤근 신라문화동인회장은 "석굴암은 그 옛날 기도와 신앙의 대상으로서 신라인들이 부처님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을 담아 정성껏 조성한 세계적인 조각품인데, 이를 한낱 관람의 대상으로, 관광상품 정도로만 바라보는 발상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런 시각은 신라인들과 문화재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모형은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결코 원형을 따라 갈 수 없고, 따라서 원형의 가치를 오히려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세계적인 미술작품인 모나리자상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원한다고 해서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하지 않는 이치를 생각해 보면 모형전시관을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해답은 명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투어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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