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안으로 함안보가 완공된다는데, 이제 와서 침수 피해 논란이냐.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14일 오전 경남 함안군청. 경상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위원장 강병기․박창근)가 '함안보로 인한 농경지 지하수위 상승 피해조사 용역 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4대강정비 낙동강사업 18공구 함안보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그러나 함안보로 인한 침수 피해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함안보로 인해 함안·창녕 농경지 0.744㎢가 침수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남도 낙동강특위는 침수로 12.28㎢(약 372만평)이 영농피해 우려지역이라고 밝혔다.
낙동강특위는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의 용역결과를 발표한 뒤, 이날 함안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것이다. 함안보 관리수위는 당초 7.5m였다가 침수 우려가 제기되어 5m로 낮추어졌다. 관리수위를 낮추어도 침수 면적이 상당하다는 것.
낙동강특위는 함안보가 준공해 담수를 할 경우 함안은 대산면 2.79㎢, 가야읍 2.31㎢, 칠북면 1.23㎢, 법수면 1.13㎢, 산인면 0.23㎢ 등 8.74㎢가 침수되고, 창녕은 영산면 1.62㎢, 도천면 1.15㎢, 장마면 0.51㎢, 길곡면 0.14㎢, 남지읍 0.12㎢ 등 3.54㎢가 침수된다는 것.
낙동강특위는 "함안보 설치에 따른 적극적인 농경지 침수와 농작물 피해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8월 7억원을 들여 용역을 의뢰했지만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수위 상승이 상당하기 때문에 미루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공에서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13일 합천에서 합천보로 인한 침수 문제를 다루는 설명회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뜨거웠다. 함안보는 조만간 완공이라는데, 4대강사업을 하기 전에 침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세우고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함안보 침수와 관련한 논란을 떠나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발표 내용대로 하면 엄청난 피해... 왜 지금?"
주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법수면에서 왔다고 한 주민은 "발표 내용을 보면 엄청난 피해다. 함안보 설치와 관련해 수공에서도 세밀하게 분석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엄청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타당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산면에서 온 한 주민은 "낙동강 가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왔다. 낙동강 본류에는 준설이 이루어졌고, 최근 많은 비가 내렸는데 물 흐름이 빨라졌다. 4대강사업을 하기 전에는 백산제방이 무너져 엄청난 피해를 입혔는데, 이번에는 그런 피해가 없었다"면서 "침수되는 지역은 농경지리모델링을 해야 하고, 배수 대책 등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 6월 물이 모자라 모내기를 못해 난리가 났다. 그런데 어떻게 침수가 된다는 말이냐"거나 "요즘 농민들은 우렁이 등을 넣어 친환경농법을 하고 있는데, 물이 없으면 할 수 없게 된다. 물이 있는 게 더 낫지 않나"고 말하기도 했다.
수박을 경작하고 있다고 한 농민은 "함안은 수박 등 특작물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침수 면적이 넓다면 수박 등 구체적인 작물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창근·박재현 교수 "정부는 침수 대책 세우지 않아"
박창근·박재현 교수는 농민들의 질문에 조목조목 대답했다. 박 교수는 "함안보 관리수위를 2.5m 낮추어도 침수 면적이 발생하는데 정부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수공은 침수 대책은 없고 사업을 위한 사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함안보에는 평상시 물을 채워놓게 된다. 하천 수위가 올라가면 주변 지역 지하수의 수위도 올라간다"면서 "평상시에도 보의 수문을 열어 놓으면 침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데, 정부 방침은 물을 채워 놓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박 등 농민들의 걱정에 대해, 박 교수는 "수박은 뿌리가 2m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농민들은 오는 겨울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부터 걱정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낙동강특위에서는 농학 교수를 참여시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박창근 교수는 "경남도지사는 도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수공은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지 주민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함안보와 관련한 영향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낙동강 인근 지역에서 물이 모자라 모내기를 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 박재현 교수는 "낙동강 준설을 많이 해서 수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양수와 취수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4대강사업 찬성측 주민들이 상당수 참석하기도 했다. 낙동강특위는 13일 합천군, 14일 오후 창녕군에서 각각 설명회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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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보 곧 완공인데, 정부는 침수 대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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