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대문에 걸린 행사휘장. Bread & Noodle 그리고 이야기
유신준
며칠이 지나 참가안내 메일이 왔다. 소문에 의하면 경쟁률이 3:1을 넘었다는데 다행히 선정이 됐단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회비를 입금하고 모임 날을 기다렸다. 장마철이라 쉼없이 비가 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날씨가 대수랴.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늘 즐겁다.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시인 신경림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했는데, 소통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얼굴만 봐도 즐거운 법이다.
출발 당일에도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인터넷으로 길을 검색하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운조루를 향하는 길은 거의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 속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대부분의 차량들이 비상 깜박이를 켰고 속도를 줄였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전주-광양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길이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전에는 세 시간 넘게 걸리던 길이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해졌다.
서둘러 온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부지런한 분들은 이미 와서 운조루에 앉아 있었다. 운조루 누마루의 팬들. 서른 명이 넘는 나머지 참가자들도 속속 도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멀리 미국 콜로라도에서 오신 분도 있었고 필리핀에서 참가한 분도 있었다. 부부 참가자도 많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빗속을 뚫고 모임에 참가했다.
안내 정보에 따르면 운조루는 조선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라는 분이 세운 조선시대 대표 양반가옥이다. 운조루라는 명칭은 원래 사랑채에 누마루의 이름이었다. 문화재로 등록된 명칭이 운조루로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건물 전체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운조루는 고즈넉했다. 비오는 운조루에서 내다보는 풍광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토닥토닥 다독여 주었다. 아름드리 기둥에 기대앉은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기도 하고, 벌렁 누워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운조루를 만끽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일상의 짐을 툭툭 털어버린 사람들처럼 홀가분한 얼굴들이었다. 비내리는 누마루는 잠시 세상과 단절된 별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