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욱 삼성증권노조위원장(가운데)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왼쪽).
삼성증권노조
"삼성노조가 생기니까 언론에서 많이 기사를 쓰는데, 저희가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화 시킬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모범 사업장으로 상도 받았습니다."
지난 2005년 삼성증권 노조는 400여 명의 비정규직 여직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를 계기로 그해 2008년 '3·8 여성의 날' 민주노총에서 상을 받았다. 다른 사업장 임금이 동결될 때도 높은 임금 인상률을 따내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게 우 위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종사자는 3000여 명. 그 가운데 조합원은 74명으로 노조 조직률은 2.5%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노조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음에도 소수의 직원들만이 가입했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조금 과장될 수도 있지만, 삼성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건 1980년 5·18 항쟁이 일어났을 때 서울에 있던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는 일과 비슷합니다. 쉽지 않아요. 요즘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습니다."우 위원장 또한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과 노동조합에 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노조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노동조합을 이어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 위원장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무모하게 싸우는 건 결국 노동조합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랬다면 삼성증권도 노조가 없어지고 다른 계열사처럼 노사협의회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협의회와 노조는 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이 다르다"라며 "우리는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겠지만 회사 문제뿐 아니라 증권계의 다른 사업장 문제에도 동참하면서 그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노조에 가입하면 조합원은 행복할까?"우 위원장은 이어 "사측과 무작정 상생협력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견제활동으로 회사의 발전과 조합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노동조합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조합의 역할을 '팔꿈치로 옆구리를 지른다'는 뜻에 '넛지'(Nudge)로 표현했다.
이같은 조합의 역할로 삼성증권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훨씬 더 훌륭한 복지를 누리고 있다는 게 우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의 날'로 지정해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하고 복지와 관련한 자금 지원도 최근 더욱 확대했다"며 "그런 결과로 삼성 관련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인력개발회사 '휴잇'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직장'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노조 경영으로 인해 모든 사측 사람이 나쁘게 비춰지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삼성은 근로자들이 원하는 걸 미리 파악해 선조치 하는 강점이 있다"며 "그룹 전반에 그런 경향이 있지만 삼성증권 같은 경우 더욱 그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노조를 인정하며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설립된 삼성노조에 관해 우 위원장은 "당장 같이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노조의 역할은 무엇보다 조합원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삼성 직원들이 그 노조에 들어가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비췄다. 다만 "삼성노조와 함께 하는 게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일이 된다면 그때는 어떤 거든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삼성증권에는 우 위원장이 소속된 삼성증권 노조와 별도로 '삼성증권 통합노조'가 있다. 삼성증권 통합노조에는 19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으며 두 노조 모두 민주노총 사무연맹에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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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노조 가입은 5·18 때 광주 가는 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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