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이 바로 아래 있음에도 철거작업이 진행되었다.
노동세상
이틀째 현장은 위태로웠으나, 공사 현장에 나와 있어야 하는 공사 관리감독관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공사 감독관'이라고 밝힌 신원미상의 남성은 "지금 하는 건 지붕 함석을 벗겨내는 석면제거 사전 작업이다. 그런데 석면제거작업 관리자가 왜 나와 있어야 하느냐? 나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고발을 하라. 우린 노동청에 다 허가받아서 일하는 거니까. 아래 앉아 있다가 다치면 날 고소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끝내 이름과 직위를 말할 수 없다는 그는 자신을 "그냥 철거용역업체"라고 했다.
반면 세입자 측은 석면 위험과 공사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1차 석면제거작업 중 업체가 바뀌면서 작업이 중단된 채였다. 그럼 석면 잔해가 있지 않느냐. 그런데도 오늘 보호장비 없이 그냥 작업 막 하고 있는 거다. 그런 걸 노동부에 건의도 했는데, 공사 업체는 배짱을 부린다. '그냥 벌금 좀 물면 된다'는 식이다. 인도니까 공사현장에 행인 안전을 위한 안전요원도 있어야 하는데 그거도 없다. 우리뿐 아니라 행인들 인명사고도 날 수 있는 거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불신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세입자는 "법원에서도 8월 15일까지 세입자-시행사 간 조정기간을 가지라고 판결했고, 시행사에서도 일주일에 세 번씩 대화하자고 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옆 건물 철거공사를 진행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지난 달에도 용역업체를 동원해 농성장인 카페 마리의 문과 집기를 부쉈다. 옆 건물이라 해도 펜스를 쳐버리면 안쪽에서 무슨 작업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언제 농성장을 부술지 몰라 무섭다. 법도 경찰도 우리 편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럼 이 현장은 누가 책임지고 있는 것일까. 중구청 도시관리과 담당자는 "건물주랑 세입자가 다투는 건 구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그거랑 철거는 다른 문제다. 철거공사 인허가는 우리가 냈다. 하지만 공사 현장 관리자는 고용노동청에서 보내는 것이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했다.
고용노동청은 명동 3구역에서 불과 도보 2,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고용노동청 산업안전과 담당자는 부재중이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있다"고 했다가 "지금 나가는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자가 현장에 나온 9시~11시까지 '안전모를 썼다는'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별도로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연락처는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용역업체 관계자라고 밝힌 강아무개씨는 "부상을 당한 김아무개씨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으며, 구급차도 우리 쪽이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는 "관할구청과 노동청에서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것"임을 강조했다. 성폭력 논란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남대문경찰서 측은 여기에 바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