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러브호텔의 고용 구조. 당번(남성)과 캐셔(여성)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한다고 한다
김지현
러브호텔 자체에 고용돼 있는 이모님이 점심상을 차려 주면 전 직원이 함께 밥을 먹는다. 이곳도 여느 직장처럼 각자의 역할이 있다. 사장 아래 지배인, 지배인 아래 각기 청소팀, 당번(남성, 청소·주차·카운터 업무), 캐셔(여성, 카운터 업무), 보조(청소 위주의 잡 업무)가 있다.
"민씨, 밥은 맛이 없어요?"한국말에 서툰 이 아가씨는 중국에서 왔다. 모텔업계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상당히 많은 편. 대부분이 불법으로 일하며, 단속이 뜨면 손님으로 가장해 방에 숨기도 한다. 그래도 청소팀은 밤 11시면 퇴근해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어서 부럽다.
나와 지혜 같은 '당번', 일명 캐셔들은 24시간 일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우리 아래 보조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든 나날을 보낸다. 보조들은 대개 12시간 맞교대로 움직이는데 하루 종일 침대 시트를 간다. 나도 당연히 보조 시절이 있었다. 당시 근무하던 모텔은 유흥업소랑 연결돼 있어 침대 시트를 치우다가 '2차 손님' 맞으러 부랴부랴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당번이 보조보단 낫다. 남이 자고 간 역한 냄새를 맡는 일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러브호텔에서 환불을? 당당한 그들... 하지만 당했다대부분 낮에는 '뭔가'에 쫓기는 듯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낮에도 은근히 이어지던 발길은 해가 어스름해지면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인간의 습성 때문이랄까.
한 남녀가 카운터로 다가온다. 우리 사장은 '센스'있게도 남자 손님이 방값을 지불하는 동안 여성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놨다. 여자 손님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나. 말끔한 차림의 남자 손님. 요새 러브호텔을 찾는 손님들은 대개 깔끔한 인상을 풍긴다. 더욱이나 해가 지면 '낮손님'과는 달리 뭔가 당당한 포스마저 느껴진다.
"일반실은 5만 원, 특실은 6만 원입니다.""일반실 하나 줘."나이도 고만고만한 것 같은데 어디서 날 봤다고 반말을… 그래도 참는다.
"5만 원입니다. 손님."툭. 내 앞에 돈을 던지는 남자 손님. 깔끔한 인상은 봐줄만 하나 거만한 태도는 용납이 안 된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입실한 지 한 20~30분 지났을까. 그 거만한 남녀 손님이 카운터로 도로 왔다. 여자 손님은 이미 나갔고, 남자 손님이 불쾌하다는 말투로 말한다.
"여자친구가 여기 방이 마음에 안 든다네. 아직 한 시간 안 지났으니까 환불되지?"손님들이 20~30분 사이에 환불을 요구하면 대개 해주는 게 좋다. '야놀자' 같은 사이트에 소문이라도 잘못 퍼지면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니까. 이 경우엔 다른 종업원이 그 방에 올라가서 객실 점검을 한다. 하지만 같은 조인 지혜가 화장실에 가고 없는 상황. 내가 카운터를 비울 수도 없고…. 그냥 환불해 줄 수밖에.
"방 조명이 너무 밝아. 나중에 사장한테 꼭 말해라. 응?""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아무래도 께름칙하다. 지혜가 돌아오면 그 방에 올라가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