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3일 아침 공정족들이 김포공항에 모였다. 이들은 앞으로 5일 후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정희
7월 23일(토) 새벽부터 김포공항에 26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국제민주연대에서 주관하는 공정여행 코스 중 내몽골여행에 함께하려는 공정족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4박 5일간 만리장성과 내몽골(内蒙古)초원, 북경의 옛 모습이 담긴 후퉁(胡同)거리, 고대 산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챤디샤(爨底下)마을 등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런데 출발 전 문제가 생겼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그것. 한 고등학생 참가자가 그만 여권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큰아들 여행 배웅을 위해 가족 모두가 배웅까지 나왔는데 아뿔싸!
이 순간 당사자 못지않게 난감한 또 다른 한 사람. 바로 국제민주연대를 통해 이번 여행을 기획한 여행작가 최정규씨다. 그가 다급하게 말한다.
"그럼 제가 남아서 다음 비행기로 어떻게라도 데리고 갈 터이니 빨리 택시라도 타고 갔다 오시죠."
그런데 이런, 학생의 집이 경북 봉화란다. 도저히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리. 결국 우리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후에 전해들은 얘기로 이 학생은 다음 차수에 떠나는 윈난 공정여행을 또 신청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두 시간여를 달려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날씨가 심상치 않다. 후텁지근한 것은 예상했던 바였지만 연무에 쌓인 하늘을 보니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러다 몽골 초원의 별을 보지는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넓은 중국 땅만 믿어 보기로 한다. 백만 개의 별들이 쏟아지는 몽골 초원을 기대하며 첫 번째 여정인 만리장성으로 향한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흔한 만리장성은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