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채 상한선 인상안 협상에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지친 모습이다.
NBC News
크루그먼 "미국 경제에 재앙"현재 미국은 고실업률이 장기화되고(미국의 실업률은 6월 현재 9.2%) 경제성장은 더디기 짝이 없으며 경기를 부양할 만한 정부의 선택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이번 예산안은 경기를 더욱 후퇴시켜 경기 침체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반면에, 정부 지출을 줄임으로써 무섭게 불어나는 정부 부채에 제동을 걸어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1일 블로그에서 "이번 법안은 실업과 경제 위기에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잠식해버렸다"며,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이미 진행 중인 예산 삭감에 덧붙여, 이번 안의 지출 삭감은 제2의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으며 극우의 정치적 파워를 더욱 키워주었다"고 비판했다.
프린스턴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뉴욕타임즈> 사설에서 이번 안이 "오바마와 민주당뿐만 아니라 이미 침체된 미국 경제에도 재앙"이라며, 미국을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 것이라 예상했다.
<허핑턴포스트> 발행인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1일 CNN의 '피어스 모건 투나잇'에서 "지금 이 나라의 위기는 경제성장, 일자리, 그리고 부채의 위기 등이다. 우리에게는 부채 상한선 문제가 없다. 이 문제는 완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위기로, 여기에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됐다"고 한탄했다.
허핑턴은 또한 "이 나라의 정말 많은 사람들, 민주당 및 공화당 지지자들을 모두 포함한 사람들이 이번 법안으로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며, 일반 미국인들의 삶에서 완전히 유리된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비판했다.
한편 미국의 유명 보수 논객인 조지 윌은 일요일 ABC의 'This Week'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10년으로 가는 길의 3분의 1 지점에 와 있다. TARP(월가 금융 기관에 대한 정부의 구제프로그램), 경기 부양책, 캐쉬 퍼 클렁커스(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에 대한 정부의 구제 프로그램), 케인즈 방법론 등 온갖 부양책을 다 써봤지만, 그것들은 다 효과가 없었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콩가루 집안' 같은 워싱턴, 어느 쪽도 만족하지 않는 법안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1일 하원 표결 직전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독려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 내년 재량 지출(discretionary spending) 부분에서는 작년보다 돈이 덜 나갈 것이다. 여러분 중 이곳(워싱턴)에서 어디 이런 얘기를 전에 들어본 적이나 있는가?"라며 이 법안의 지출 삭감액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일부 의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우리와 미국인들이 거둔 승리는 이 법안에 어떠한 세금 인상안도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캔터는 "세금 인상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불필요한 것"이라는 말로 공화당 내 티파티 의원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역시 표결을 앞두고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는 이 법안에 "오른쪽 사람들(우파)이 화가 났다. 왼쪽 사람들(좌파)도 화가 났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중도파)도 화가 났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의 장기적 체질을 보호할 놀랄 만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해리 리드는 또한 "어느 쪽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타협의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악마의 감자튀김을 곁들인 악마의 샌드위치와 같은 것"이라 비난하면서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을 환기시키며 이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펠로시는 "이 법안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어떤 성과가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에 가장 반발하고 있는 건 민주당 내 리버럴이다. 그중 한 명인 노스캐롤라이나의 버터필드 하원의원은 "분노라고까지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우린 이런 법안이 나왔다는 것에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버터필드는 이번 법안이 저소득층과 노동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USA투데이>는 "워싱턴(정계)은 그 자체로 많은 미국의 유권자들과 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서로 헐뜯는 콩가루 집안처럼 보였으며, 국가의 중대하고도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를 적기에 다루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