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2
새사연
내수의 주요 지표인 국내 투자와 관련하여 유의할 것이 하나 있다. 최근 수출 대기업들의 투자가 국내 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유력 대기업들은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던 2009년에도 영업이익이 절대 적자를 보았던 것이 아니다. 삼성, 현대차, LG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와중에도 여전히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특히 2009년에는 현대 자동차의 해외현지 생산 비중이 국내생산을 추월한 첫 해이기도 하다.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국내 투자가 아니라 해외투자였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투자는 2007년부터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금융위기 내내 유지되었다.(그림 2 참조) 국내 투자 비중이 줄어들었던 것과 명확히 비교되는 대목이며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로 순환되지 않는다는 증거, 즉 적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수출 대기업 때문에 고용이 호전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삼성의 보고서는 최근 제조업 취업자 수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제조 대기업의 수출 호조가 고용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 수출이 다시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그러할까.
확실히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경제위기로 한 때 가장 가파른 추락을 하였지만 2010년 들어서면서 반대로 가장 많은 일자리 회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수출 증가 추이와도 유사한 흐름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2009년부터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시작한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수 증가 추세를 보면 좀 다른 결론이 나온다.
전 산업 기준으로 볼 때 경제가 회복을 시작한 2009년 6월에 종사자 수 5~299명 규모 기업의 취업자 수는 1218만 명이었지만 2년 뒤인 2011년에는 1292만 명으로 약 70만 명 이상이 늘어났다. 그런데 300명 이상 규모 기업의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205만 명에서 199만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제조업에서 300인 이상 제조 대기업들이 큰 폭으로 고용을 늘렸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삼성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근 들어 '수출 호조→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 보고서와는 달리, 최근 고용상황에 대해 비교적 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LG경제연원의 짧은 고용 동향 보고서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27일,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부문은 제조업과 보건 복지 서비스업"이라고 확인했다.
그런데 제조업의 고용이 늘어난 이유를 삼성처럼 단지 수출이 고용에 기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조업 생산이 전기 전자부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면서 제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심하게 말하면 전기 전자를 주력으로 한 삼성의 고용 기여도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하튼 제조업 고용이 2005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원인은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과제이지만 삼성 보고서의 결론이 섣부른 것은 동일하다.
또 하나 LG경제연구원이 지적한 고용증가 원인이 바로 보건 복지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이다. 보건 복지 서비스업은 경제위기 와중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제조업 취업자 증가 수를 뛰어넘었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올해 1~4월 중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 임금은 4% 줄어들었는데 이는 고령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보건 복지 부문에 낮은 임금이나 단시간 근로의 형태로 불완전 취업했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새로운세상을여는연구원'(새사연)이 지난 6월 '2011년 5월 고용동향 분석'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경제위기 이후 더 확대된 것을 지적한 것과 일치하며, 왜 최근 취업자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내수비중이 줄어들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결국 최근 취업자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은 삼성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출 대기업의 고용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기 전자 업종 이외의 중견 제조업이 선방했을 가능성과, 보건 복지 서비스의 나쁜 일자리 팽창에 기인하며 이 측면이 오히려 현재 고용실태를 파악하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의 보고서도 말미에 "최근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 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동반 침체하였다가 회복국면으로 반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으로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면 아직 판단하기에 시기상조인 주장을 취약한 근거를 들면서 왜 서둘러 하였을까. 적하 효과 소멸이라는 강력한 근거를 들면서 재벌 대기업 집단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파급력을 억제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적하효과가 부활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더 확실히 적하효과는 소멸되고 있다. 적하효과도 없는데 고환율로 수출 지원을 해야 할 명분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이 와중에 수출 대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하청 단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재벌 대기업 집단이 거느리고 있는 내수 독점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 삼성이 포기하겠다던 MRO업체인 아이마켓 코리아는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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