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호조로 고용확대? 삼성은 틀렸다

사라지는 적하효과와 삼성의 위기의식

등록 2011.08.03 16:21수정 2011.08.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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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하효과 소멸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

올해 초 정부 여당에서 불을 지핀 재벌 대기업집단 개혁 요구가 점차 야당으로,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으로도 상당한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쟁점의 불씨 가운데 하나인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사업체인 삼성 아이마켓 코리아 지분을 삼성이 전량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철수를 발표한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재벌 대기업 집단이 여론에 상당히 밀리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물론 실제 사업철수를 실행에 옮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최근 재벌 대기업 집단에 대한 비판은 과거처럼 총수 일가의 탈법행위나 편법 상속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를 넘는 경제력 집중과 내수 독점을 근간으로 한 독과점 횡포가 주요 쟁점이다. 그리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 이른바 '적하효과'의 소멸이 국민에게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그 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재벌 대기업 집단 일각에서 최근 완곡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삼성경제 연구소의 7월 26일자 보고서 'SERI 경제 포커스: 수출과 내수 간의 연계성 분석 및 시사점'이다. 극히 의례적인 짧은 보고서지만 내용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수출과 내수 간의 격차 확대가 '수출 호조→ 투자 및 고용 확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단절되었거나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대한 반론을 펴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수출과 투자, 수출과 고용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일련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논점만 짚어 본다.

수출과 민간소비 비중의 역전

최근 국민경제 지표 가운데 주목할 만한 현상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월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일단 삼성의 보고서도 이를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은, 2007년도까지만 해도 수출의 비중은 41% 이하 정도에 그치다가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순식간에 50%를 뛰어 넘어섰고 2010년 2분기부터는 거의 민간소비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경제위기 이전인 2007년 1분기 수출 비중은 41.4%였지만 2011년 1 분기에는 무려 56.5%까지 비중이 껑충 뛰어 오른다. 반면 민간소비는 같은 기간 54.2%에서 52.5%로 줄어들었다. 국내 투자를 의미하는 총 고정자본 형성 역시 같은 기간 29%에서 26.9%로 축소되었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대부분 수출에 의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1
그림1새사연

삼성경제연구소와는 달리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민간 소비와 수출 비중의 역전, 그리고 민간 소비 비중의 추락에 대해 비교적 심각하게 다루고 있어 비교가 된다. 현대 경제연구원은 7월 1일자 보고서 '경제주평: 하반기 경기하방위험 크다'에서 특히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내, 외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그림 1 참조) 더욱이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위축과 건설투자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출과 내수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이유

삼성의 보고서는 계속해서 2001년~2007년 기간과 2008년 이후 지금까지를 비교하면서 금융위기 이전에는 수출과 내수가 반대로 움직였는데, 즉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반 순환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삼성이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출 증가로 인해 민간 소비도 확대되고 설비 투자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적하효과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식적으로 확인해야 할 단순한 사실이 있다. 2001년~2007년까지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두 가지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첫째는 2001년 IT거품 붕괴로 인해 세계 경기가 침체하고 수출이 급락한 반면 내수는 신용카드 거품으로 인해 호조를 보였던 시기다. 수출과 내수가 서로 상반되는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인해 내수 경기는 급락했던 반면, 세계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던 시기다. 신용카드 대란의 후유증으로 내수 경기는 이후에도 거의 회복되지 못했지만 수출은 2004년 2000억 달러, 2006년 3000억 달러 2008년 4000억 달러로 지속적인 급증세를 보였다. 이 두 가지 시점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2001~2007년까지 기간 동안 수출과 내수는 서로 상반되게 움직였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대 침체로 빠뜨렸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내수와 수출이 공히 침체로 돌아서게 되었다. 특히 2009년이 그랬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부터 수출은 고환율과 중국경제의 호전과 비례하여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내수경기는 정부의 경기부양을 배경으로 미약하게 반전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기부양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둔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삼성의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수출과 내수가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01~2007년 동안 내수와 수출이 상반되었던 이유, 그리고 2008년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추락하다가 수출의 급격한 호조, 내수의 미약한 회복이 되었던 이유에 대해 당연하고도 충분한 설명이 삼성의 보고서에는 없다. 대신 실증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숫자 계산을 내밀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출이 내수회복을 도왔던 것처럼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를 집중하는 수출 대기업

 그림2
그림2새사연

내수의 주요 지표인 국내 투자와 관련하여 유의할 것이 하나 있다. 최근 수출 대기업들의 투자가 국내 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유력 대기업들은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던 2009년에도 영업이익이 절대 적자를 보았던 것이 아니다. 삼성, 현대차, LG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와중에도 여전히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특히 2009년에는 현대 자동차의 해외현지 생산 비중이 국내생산을 추월한 첫 해이기도 하다.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국내 투자가 아니라 해외투자였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투자는 2007년부터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금융위기 내내 유지되었다.(그림 2 참조) 국내 투자 비중이 줄어들었던 것과 명확히 비교되는 대목이며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로 순환되지 않는다는 증거, 즉 적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수출 대기업 때문에 고용이 호전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삼성의 보고서는 최근 제조업 취업자 수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제조 대기업의 수출 호조가 고용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 수출이 다시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그러할까.

확실히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경제위기로 한 때 가장 가파른 추락을 하였지만 2010년 들어서면서 반대로 가장 많은 일자리 회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수출 증가 추이와도 유사한 흐름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2009년부터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시작한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수 증가 추세를 보면 좀 다른 결론이 나온다.

전 산업 기준으로 볼 때 경제가 회복을 시작한 2009년 6월에 종사자 수 5~299명 규모 기업의 취업자 수는 1218만 명이었지만 2년 뒤인 2011년에는 1292만 명으로 약 70만 명 이상이 늘어났다. 그런데 300명 이상 규모 기업의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205만 명에서 199만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제조업에서 300인 이상 제조 대기업들이 큰 폭으로 고용을 늘렸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삼성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근 들어 '수출 호조→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 보고서와는 달리, 최근 고용상황에 대해 비교적 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LG경제연원의 짧은 고용 동향 보고서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27일,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부문은 제조업과 보건 복지 서비스업"이라고 확인했다.

그런데 제조업의 고용이 늘어난 이유를 삼성처럼 단지 수출이 고용에 기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조업 생산이 전기 전자부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면서 제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심하게 말하면 전기 전자를 주력으로 한 삼성의 고용 기여도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하튼 제조업 고용이 2005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원인은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과제이지만 삼성 보고서의 결론이 섣부른 것은 동일하다.

또 하나 LG경제연구원이 지적한 고용증가 원인이 바로 보건 복지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이다. 보건 복지 서비스업은 경제위기 와중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제조업 취업자 증가 수를 뛰어넘었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올해 1~4월 중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 임금은 4% 줄어들었는데 이는 고령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보건 복지 부문에 낮은 임금이나 단시간 근로의 형태로 불완전 취업했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새로운세상을여는연구원'(새사연)이 지난 6월 '2011년 5월 고용동향 분석'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경제위기 이후 더 확대된 것을 지적한 것과 일치하며, 왜 최근 취업자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내수비중이 줄어들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결국 최근 취업자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은 삼성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출 대기업의 고용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기 전자 업종 이외의 중견 제조업이 선방했을 가능성과, 보건 복지 서비스의 나쁜 일자리 팽창에 기인하며 이 측면이 오히려 현재 고용실태를 파악하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의 보고서도 말미에 "최근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 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동반 침체하였다가 회복국면으로 반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으로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면 아직 판단하기에 시기상조인 주장을 취약한 근거를 들면서 왜 서둘러 하였을까. 적하 효과 소멸이라는 강력한 근거를 들면서 재벌 대기업 집단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파급력을 억제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적하효과가 부활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더 확실히 적하효과는 소멸되고 있다. 적하효과도 없는데 고환율로 수출 지원을 해야 할 명분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이 와중에 수출 대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하청 단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재벌 대기업 집단이 거느리고 있는 내수 독점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 삼성이 포기하겠다던 MRO업체인 아이마켓 코리아는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도 실렸습니다.
#새사연 #김병권 #적하효과 #삼성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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