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는 거리는 쓸쓸해 보였다

[사진노트] 태풍 무이타이가 만든 흔적들

등록 2011.08.09 09:24수정 2011.08.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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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림자 태풍전야,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내리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도시의 불빛도 하나 둘 잠들어가는 가운데, 남은 불빛에 그림자가 희미하게 만들어진다. 또다른 가상현실이다.

그림자 태풍전야,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내리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도시의 불빛도 하나 둘 잠들어가는 가운데, 남은 불빛에 그림자가 희미하게 만들어진다. 또다른 가상현실이다. ⓒ 김민수


a 은행나무 여전히 은행나무는 불빛에 자신의 몸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 언젠가 매어놓았던 줄이 나무 속에 박혀버렸다. 기어이 풀지 못해, 그냥 제 몸에 문신처럼 새기고 살아가는 나무의 삶, 누구나 그런 아픔을 하나 쯤은 묻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은행나무 여전히 은행나무는 불빛에 자신의 몸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 언젠가 매어놓았던 줄이 나무 속에 박혀버렸다. 기어이 풀지 못해, 그냥 제 몸에 문신처럼 새기고 살아가는 나무의 삶, 누구나 그런 아픔을 하나 쯤은 묻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 김민수


a 청소부 길을 건너야 겠는데 차들을 달리고, 그냥 그렇게 바람과 비에 난감하게 서있는 청소부, 바람에 쓰레기가 날려와 여기저기 흩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한 자루를 담았다. 이러날은 좀 쉰다고 흠이 될까?

청소부 길을 건너야 겠는데 차들을 달리고, 그냥 그렇게 바람과 비에 난감하게 서있는 청소부, 바람에 쓰레기가 날려와 여기저기 흩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한 자루를 담았다. 이러날은 좀 쉰다고 흠이 될까? ⓒ 김민수


a 바람 잠시 차를 세우고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본다. 바람이 불면, 아프게 하지 않을만큼 불어오는 바람을 보면 그 바람으로 인해 더 성숙해지는 꿈을 꾸게 된다.

바람 잠시 차를 세우고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본다. 바람이 불면, 아프게 하지 않을만큼 불어오는 바람을 보면 그 바람으로 인해 더 성숙해지는 꿈을 꾸게 된다. ⓒ 김민수


a 흔적 태풍이 온 날에도 학원버스는 부지런히 아이들을 실어나른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돌고 돈다. 학원과 집과 독서실과 학교와 오락실과 또 어디가 있을까?

흔적 태풍이 온 날에도 학원버스는 부지런히 아이들을 실어나른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돌고 돈다. 학원과 집과 독서실과 학교와 오락실과 또 어디가 있을까? ⓒ 김민수


바람이 분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제주의 바람이 떠오른다.
사람을 해할 혹은 나무와 풀들을 해할 정도의 바람이 아니라면 늘 깨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이름은 '무이타이'라고 했다.
무슨 무술에 도통한 자를 연상시키는 이름, 아주 천천히 다가와 아주 오랫동안 지리하게 머물렀다. 그가 떠났다는 소식에 창문을 여니, 더 거친 바람의 흔적이 나뭇가지를 흔든다.


바람과 비가 종일 온 거리를 채웠다.
내 몸 구멍 뚫린 곳마다 바람이 가득 들어차 있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원하지는 않다.
바람에 날려버리고 싶은 것들을 날려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태풍 #바람 #장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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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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