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하자레의 초상화가 그려진 플래카드 앞에 모인 지지자들.
<가디언>
'인도 정부의 꼼수' 무색하게 만든 단식 투쟁의 힘안나 하자레는 74세의 반부패 운동가다. 4월, 안나 하자레는 인도에 만연한 공직자 비리를 조사하는 독립 기구인 '로크팔(옴부즈맨)'을 만들 것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시민들은 안나 하자레의 호소에 호응했다. 결국 정부는 로크팔 관련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로크팔 법안 내용이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총리와 사법부 고위직을 반부패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꼼수를 부리자, 안나 하자레는 총리를 비롯한 고위직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시도했다. 인도 정부는 단식 투쟁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해, 단식에 들어가기 몇 시간 전인 16일(현지 시각) 안나 하자레를 체포했다. 그러자 안나 하자레는 감옥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안나 하자레가 체포돼 감옥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17일(현지 시각) 뭄바이를 비롯한 인도 각지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고, 인도 수도인 뉴델리에서는 수천 명이 촛불을 들었다.
인도 정부는 안나 하자레 지지자들을 체포했다. 안나 하자레 문제와 관련해 인도 정부가 보인 태도를 영국의 제국주의자들이 인도를 식민 통치할 때 사용한 가혹한 수단과 비교한 약 2500명이 체포됐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인도 정부에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보팔 지역의 사회운동가 셀라 마수드(35세)가 자동차 안에서 총탄을 맞아 숨진 상태로 발견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셀라 마수드는 안나 하자레를 체포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 현장으로 가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단식을 3일만 하겠다면 풀어주겠다'고 했으나 안나 하자레가 이를 거부하자, '7일의 단식을 허가한다'고 수정 제안했다. 안나 하자레는 수정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안나 하자레는 18일(현지 시각) '15일 동안 뉴델리의 한 운동장에서 공개 단식 투쟁을 하되, 운동장에 모이는 지지자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안나 하자레는 풀려났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안나 하자레가 석방된 18일 오후, 뉴델리에서는 학생을 비롯한 지지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12세의 한 학생은 "제 미래를 구해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IT 컨설턴트인 수니 쿠마르(28)는 "우리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의 부패를 뿌리 뽑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47년 독립 후 최대 규모의 반부패 시위를 불러온 74세 사회운동가의 단식 투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말부터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를 뒤흔들고 있는 '아랍의 봄'처럼 인도의 체제 전반을 뜯어고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을 실었다. 이와 달리, 아직은 반부패 문제에 제한된 항의 시위라는 데 무게를 싣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대안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 등을 들며 "(이번 일로)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면서도, 이번 위기로 인해 만모한 싱 총리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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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의 '도시락 파업'... "단식하는 그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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