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마다 걸린 무상급식 투표와 관련된 현수막오는 8월 24일은 무상급식과 관련된 서울시 주민투표가 있는 날이다.
이종걸
얼마전 지하철 타고 가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8월 24일날 투표하러 가서 내 권리를 행사하고 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가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올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유인 즉슨 내가 투표하러 가는 것은 하러 가지 않는 것보다 나의 의견과 주장이 무시될 가능성이 커서 이다.
이미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진영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상당수가 이에 대해 호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할 의사를 지니고 있는 대부분은 투표하러 아예 안 간다는 소리다.
혹여라도 투표율이 33.3%를 넘게 되어 투표함이 열릴 경우 무상급식은 소득하위 50%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 뻔하다. 결국 내 한표가 이 마의 선 33.3%를 넘게 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상급식에 대해서 찬성한다. 물론 얼마 전 학자금 대출을 싹 정리하면서 이제 반값 등록금이니 무상급식이니 하는 교육정책들과는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어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고 해도 학교 다닐 나이가 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할 듯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책 이슈들이지만 일단 사회적인 구성원으로서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 다닐 때 도시락 반찬에서 대번 빈부가 표시났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의복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던 내 국민학교 시절이기에 도시락 반찬이 가장 큰 기준이었다. 보온 도시락 통도 모자라 또 다른 찬합을 가지고 오는 아이도 있었고 정말 당시 100원 하던 양반김 한 봉지에 맨밥만 달랑 싸오는 아이도 있었다. 나처럼 그냥 아침에 먹던 반찬을 그대로 점심 도식락에 싸오는 아이도 있었다.
삼삼오오 그렇게 책상맡에 둘러 앉아 제각기 싸온 도시락을 같이 먹던 시절이었지만 분명 가시박힌 말 한마디가 오갈 때도 있었고 점심식사를 통해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모두가 같은 급식을 먹으며 이런 상처를 받을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이제는 어른들이 이 급식비 내는 것을 가지고 옛날 존재했던 그 구분을 지으려 한다. 부자아빠를 둔 아이와 하위 50%에 포함되는 소득을 지닌 아이를 아이들이 감당해내기 힘든 부모의 재력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려 한다.
참 못난 어른들이고 참 못된 어른들이다.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용하다. 초등학생때 부터 넘지 못할 50%의 선을 그어 두고는 우리 아이들을 패배자로 만들 속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