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치러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준비하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사무소 A팀장(50)이 지난 19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성윤, 이하 공무원노조)과 민주당이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맹비난했다.
알려진 사망 경위를 종합하면 지난달 중순 투표관리인으로 지정된 이후 야근을 해오던 여의도동사무소 A팀장은 지난 17일 민원업무를 6시까지 마치고 오후 7시께 주민투표 안내문을 출력하던 중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19일 오후 1시께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A팀장 사망과 관련,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무원노조가 주장하는 과로사에 대해 "현재로선 사망원인이 정확히 뭔지 알 수 없어, 병원의 사망진단 결과 등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다만 야근으로 인한 것이든,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19일 '오세훈 시장은 정치놀음 중단하고, 순직공무원에게 사죄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번 주민투표 준비 공무원 사망에 분노를 느끼며, 오세훈 시장에게 책임을 묻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지병도 없던 A팀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최근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무산을 위한 주민투표에 공무원을 동원하면서 준비 등으로 업무를 보다 과로사를 당한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놀음에 공무원이 과로사한 것에 분노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들도 반대하는 무상급식 무산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현장 공무원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얼만 전 서울시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인해 서울시 동주민센터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수해복구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고, 또한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에 대한 소득·재산 조사로 동사무소 직원들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무원노조는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일을 알린다며 지난 17일에는 국가비상시를 가정한 민·관·군 합동훈련인 을지연습기간에 주민투표를 독려한다는 명목하에 1인 시위를 했다"며 "서울지역 민·관·군·경 기관들의 모든 공무원들이 밤샘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무상급식 관련 1인 시위를 벌이는 오 시장의 정치적 과욕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A팀장의 사망도 오 시장의 과욕이 그 원인"이라며 "이처럼 오 시장의 독주행위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시민과 공무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주민투표 강행의 중단을 오세훈 시장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공무원노조는 오 시장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주민투표에 수 백 억 원의 혈세를 쓰고,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주민투표 준비 과로사 공무원까지 발생...누구를 위한 투표인지?"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따로 약을 챙겨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한 분이었다는데 갑작스럽게 사망했으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특히 최근 폭우에 따른 대기 업무에다 주민투표 준비로 자정 넘게 야근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 대변인은 "아이들 밥상을 걷어차고, 교실에서 편 가르기 하는 나쁜 투표 때문에 182억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그런데 과로사한 공무원까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투표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오세훈 시장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