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 맞고 죽은 송아지, 누가 책임질 건가"

[인터뷰] 축산농부 이상진씨, "의료사고 대책 없어 수의사도 주사 거부"

등록 2011.08.22 09:29수정 2011.08.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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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농부 이상진씨
축산농부 이상진씨김현주
축산농부 이상진씨 ⓒ 김현주

축산농부 이상진(49)씨는 경남 밀양 무안면에서 한우를 기르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6년 전 그는 기계설계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11월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귀농하여 한우사육을 시작했다. 10년 내에 물 좋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농부로서 꿈을 이루리라는 마음을 품고 귀농했다.

 

하지만 지난번 구제역 파동과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그는 엄청난 생활고를 겪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여유자금마저도 바닥난 지 오래다. 그 동안 사료값은 두 배 이상 올랐지만 그가 정성으로 기르던 한우 값은 오히려 폭락했다. 그래서 지금 이상진씨는 매일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지난주 경남 밀양 무안면 그의 한우 농장에서 이상진씨를 만나봤다. 다음은 축산농부 이상진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번 구제역 여파로 아직도 피해가 많을 텐데 요즘은 어떠한가? 구제역파동 후 정부나 지방단체 공무원들의 후속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우사육농가들은 지난번 구제역 파동 이후 아직까지도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귀농 당시에 품었던 꿈으로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이 열악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며 지낸다.

 

처음 구제역이 발생되었을 때에 다른 축산농가와 여러 관계단체 분들과 일치단결하여 방역과 소독작업으로 밤낮없이 여러 날을 보냈다. 그 덕인지 다행히 밀양은 청정지역으로 잘 견디어왔다.

 

하지만 지난번 구제역 파동 이후 아직까지도 정부나 지방단체 공무원들의 구제역 후속조치를 보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제 생각엔 이분들은 아직까지도 우리 축산농부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만난 이 지역 공무원들의 태도는 너무나도 안이하다. 예를 들면 구제역파동 이후 이곳 공무원들은 납득하기 힘든 매뉴얼을 내세워 우리 농민들을 함부로 치부하는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아울러 최근에도 구제역 백신접종과 관련하여 축산농부들의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상황을 정리해 말해 달라.

"그렇다. 우리 축산농부들은 지난번 구제역 때부터 지금까지도 구제역 백신접종으로 계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다. 구제역 백신은 매 6개월 재접종해야 하고 매주 축사를 소독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도 우리 축산농부들은 그 일을 열심히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백신 재접종 시 어떤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보상규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의사나 방역본부에서는 접종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자 이곳 시나 면의 담당부서에서는 축산농부 개인이 알아서 능력껏 백신을 주사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우리 축산농부들은 전문 의료인들이 아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축주들이나 백신을 주사할 줄을 모르는 축주들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접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수의사, 방역본부, 시, 면 담당 부서에서조차 백신을 주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 수의사나, 방역본부, 또는 시나 면의 담당부서에서조차 구제역 백신을 주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니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축주들의 반응은 어떤가?

"결국 일부 축주들은 백신주사를 하지 않고서 허위신고를 한다. 또 일부 축주는 수의사도 사고에 대한 불안으로 놓지 못하는 주사를 축주인 내가 놓을 수 있느냐며 주사약 자체를 폐기처분하고 허위신고서만 제출하는 사람도 참 많다.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그런 위험한 일종의 전염병이라는 구제역 백신을 시나 면에서는 약에 대한 취급조치도 잘 모르는 말단공무원을 시켜 각 축주들에게 배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가 막히게도 백신지급처라는 곳은 보건소나 병원이 아니었다. 소독과 청결과는 거리가 먼 동네 면사무소 숙직실 골방이었다.

 

약병에서 주사기로 소 한 마리당 2cc씩 계산해 뽑아서 바깥 온도가 30도가 웃도는 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질방지에 대한 조치도 없이 위생장갑조차 끼지 않은 손으로 우리 축산농부들에게 백신을 주면서 우리가 직접 주사하라고 하더라. 참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 구제역 백신 주사약을 축산농부들에게 배포하는 데 전문 의료인력도 없었고 그냥 공무원들만 있었고 주사약도 냉동시설에 보관하지 않고 그냥 30도가 넘는 상온에서 농부들에게 배포했다는 것인가? 그러면 백신약이 변질될 우려가 있지 않나?

"맞다. 배급받은 백신주사약은 통상 개인차량 안에 넣어둔 채 운반했는데 보통은 축사까지 빨라야 30분에서 심지어 한두 시간 정도까지 운송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우리 농부들에게 백신이 변질될 우려가 전혀 없다고 한다.

 

1차 접종 때처럼 수의사들이 일일이 백신을 관리하면서 주사를 했을 때도 2% 가량 주사사고로 처리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하물며 이런 허술한 관리체제하에 있다 보니 우리 농부들이 수의사들에게 수고비를 주며 백신을 맞혀달라고 부탁해도 안 된다고 거절한다.

 

수의사들이 2차 접종에 대한 백신주사 놓기를 거절하는 이유는 보상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관리 안 된 백신을 맞히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니 애가 타는 것은 우리 축산농부들뿐이다." 

 

- 그럼 이상진씨는 수의사나 전문 의료인이 아닌데도 직접 한우에게 백신 주사를 한 적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수의사는 주사 놓기를 거부하고 공무원들은 주사를 놓으라고 백신 약만 우리 농부들에게 무책임하게 던져주고 그런 상황에서 전문 의료인이 아닌 내가 할 수 없이 지난 6월 27일 우리 농장 한우에게 백신을 주사했다.

 

그러자 주사 후 3~4개월 된 송아지 4마리가 죽고 말았다. 피를 토할 만큼 마음 아프고 속상했다. 의료지식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축산농부들에게 직접 백신주사를 놓게 만드는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 그럼 이 의료사고에 대해 무안면이나 밀양시에 신고를 했나?

"물론이다. 무안면과 밀양시에 상황설명을 하고 신고접수를 했다. 그러나 축산계의 담당부서 공무원은 농림수산부인 상부에서 백신주사 후 한우사고사 보상권에 대해서 얘기된 바가 전혀 없으니, 그저 기다려 보라고만 한다."

 

- 그럼 축주들의 이러한 피해에 대해 시나 면에서도 책임지는 담당자가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정부는 규제하고 벌금을 매기려고만 하고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나 보상을 책임지는 곳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정부가 한우농가에 나누어준 구제역 백신은 수의사도 시 담당자도, 방역 담당본부에서도 불안하여 책임을 질 수 없는 백신주사란 말인지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축산농부들은 무엇을 근거로 백신주사를 놓아야 하나? 죽어가는 소들을 보면서 우리 축산농부는 누구에게 이 상황들을 설명하며 개인의 재산에 대한 보호를 받아야 하나? 정부에 묻는다. 죽어가는 소들을 보고 정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질 수 없다고만 하니 우리 축산농가는 그냥 굶어 죽으란 말인가?"

 

- 담당 공무원이나 수의사의 비협조 등으로 축산농부가 한우에게 백신주사를 못하면 결국 어떻게 되나?

"백신주사를 하지 않은 한우 발각 시 500만 원의 벌금이 있다. 요즘 폭락해버린 한우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정부당국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적지 않은 금액의 벌금만 있고 정작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면 이것은 결국 축산농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무책임하고 허술하게 상온에서 보관된 백신을 정부는 무조건 소에게 주사하라고만 한다. 주사하지 않을 경우, 그 소는 매매할 수도 도축할 수도 없다고 정부는 말만 한다. 그러나 축산농부는 수의사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수의사가 소에게 주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축산농부의 한우 손실을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 이런 상황에 대해 담당 공무원에게 문제제기를 해보았는가?

"물론 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는 얘기, 상부에서 내려온 공문이 없다는 얘기뿐이다. 내 소는 죽어가는데 그저 기다리라는 말뿐이다."

 

-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단 한 시간만이라도 백신 주사사고로 죽어가는 한우들의 슬픈 눈동자를 지켜보라고 하고 싶다. 이 지역 말단 공무원들이 운운하는 정부의 고위관리가 도대체 누구인지, 그들에게 당장 끼니걱정 할 만큼 각박해진 축산농가를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구제역 #백신접종 #이상진 #김성수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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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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