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주민투표는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한나라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분석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투표에 이기게 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도 복지 문제 등에 대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면서, 내선 총선과 대선에의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대 승자는 당연히 오세훈 시장이다. 이번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하지만 2017년 대선의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점에서 보면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핵심지지층을 최대한 동원해서 승리하더라도 '반(反)복지'의 멍에를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주민투표에 이기면 '오세훈안'대로 2014년까지 50% 단계적 무상급식이 당론이 되는 것이냐"고 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당론을 갖고 '복지'가 시대정신인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 주민투표 패배는 야권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밖에 없다. 보수층 결집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야권연대-통합을 압박하는 핵심적인 동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투표함을 못 열면,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정두언 의원의 말대로 '쿼바디스' 상황이 현실화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10월 26일에 열리든,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지든 현재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감안하면 승산이 높지 않다. 서울시장 패배는 내부 전열 악화로 총선과 대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구상찬 의원(서울 강서갑)은 "오 시장이 사퇴한 뒤 총선을 치르게 되면 서울에서는 강남 빼고는 전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부재자투표 참가를 비롯해 이 대통령이 이번 주민투표를 지지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알려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도 패배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실상 지방권력이 민주당 등 야권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9년 동안 한나라당이 지배해 온 최대 지자체인 서울시까지 야권에 넘어갈 경우 이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큰 타격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패배해도... 포퓰리즘과 싸우다 산화한 '보수 아이콘' 등장 계산한 듯
이 경우 오 시장이 입는 피해는 당과는 다를 수 있다. 그는 주민투표 발의를 구상할 때부터 이미 시장직 사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시의회 75%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임기를 채워도 식물시장밖에 안 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사직을 버릴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 기회를 잡았다"는 말이 나왔었다.
오 시장은 재선이 보장돼 있던 지난 17대 총선 불출마를 통해 서울시장으로 가는 발판을 닦았다. '오세훈 정치자금법'을 통해 클린 정치인 이미지를 지켜왔던 그는 한나라당 내 '맹형규-홍준표' 각축 속에서 공간을 찾지 못하다가, 당시 여권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내세우자 그 대항마로 선택되면서 서울시장이 됐다.
그는 이번에 '제2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책임론에 휩싸이겠지만, '복지문제에 민주당을 따라가는 한나라당에도 부채의식'을 갖게 하면서, 포퓰리즘에 대항하다 '산화'한, 보수 전체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서는 '민주당 시의회' 아래서 식물시장으로 잊혀져가기 보다는 시장직을 걸고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 그나마 2017년 대선으로 가는 길을 살려놓는 방책일 수 있다.
전여옥 의원(서울 영등포갑)이 "오 시장은 역사에 큰 책임을 지기 위해 시장직을 건 것이다, 그의 고뇌 어린 결단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한나라당내 우파에서는 당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세력 전체에 영향력이 큰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시장직을 건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라며 오 시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투표율 23.8% 예상했던 여의도연 "오세훈 기자회견 2~3% 효과"
'오세훈 대도박'의 1차적인 성패는 24일 주민투표 투표율에 달렸다. 그러나 이 카드가 주민투표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 전인 지난 19일, 정치권에서 나름의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여연) 조사에서는 투표율이 23.8%가 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여연소장 정두언 의원이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를 만류한 것도 이같은 데이터에 따른 것이었다.
여연의 핵심 관계자는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효과를 "2~3%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시장직이 아니라 대선불출마 선언을 먼저 함으로써 효과가 반감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와 YTN-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은 38.3%,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투표 의향층은 56.5%였다. 그런데 이같은 수치는 지난달 조사 때 63.4%보다 6.9%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반면 '투표하지 않겠다' 37.3%, '아마 투표하지 않을 것 같다' 2.2%로, 39.5%가 투표참여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37%, '웬만하면 투표할 생각'이 29%로 투표참여 의사층이 66%를 차지했다. 반면 별 생각없다'와 '전혀 생각없다'는 답은 31%였다.
투표참여율 조사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이례적 상황
실제 투표율은 투표참여조사 때보다 10%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4·27 재보선 때 '투표확실'의사층은 67.5%였으나 실제 투표율은 49.1%였다. 당시 서울 중구청장 선거에선 실제 투표율(31.4%)이 여론조사의 투표 확실층 비율(66.0%)의 절반도 안됐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투표의사 조사에서 '가급적 투표' 층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와 비교할때 '적극 투표층'이 50% 이하로 나타나는 것도, '투표 않겠다'는 층이 30%를 넘는 것도, 투표거부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동아일보>조사 31%에서 <중앙일보>조사 39.5%)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그 원인을 "인물선거가 아닌 정책투표라는 특성과 함께 야당의 투표참여거부 운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재보궐선거 때 여야가 총력전으로 대결할 때 40%대 투표율이 나오면 꽤 높은 것"이라며 "이번 주민투표는 야권이 보이콧했다는 점에서 20% 초반대의 투표율을 예상했는데,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면서 3% 정도 상승요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주민투표에 지지입장을 보여온 <조선일보>가 전한 여론조사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린다. 이 신문에 따르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시장직 사퇴에 반대하는 무당파층까지 움직이면 투표율이 최소 3%포인트, 최대 7%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상무는 "한나라당 조직과 핵심 지지층이 움직이는 효과는 있지만, 야당의 '투표 불참운동'으로 인해 자기 정치성향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일반인들을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투표율 상승효과가 5%포인트까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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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부활' 노리는 오세훈의 도박, 투표율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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