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보도진들8월 들어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보도진들이 대거 월가에 몰렸다. 아들 셋은 월가의 비중이 높아 기자들이 자주 이런 식으로 취재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창엽
나는 혼자 점점 뜨거워져 '빨갱이 교육'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 미국 사회 모두 '나'를 잘살게 하겠다는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나처럼 '우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딱지를 붙이지 않느냐. 물론 '나' 모두가 잘살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 잘 살게 되겠지. 헌데 '나' 모두가 잘살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 금융 경제는 내가 보기엔 완전히 '나만 잘사는' 체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월스트리트는 특히 그런 화폐 경제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은 나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미친 놈이라든지 헛소리를 하는 작자로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말하면,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 시장을 '돈 놓고 돈 먹는' 놀음판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거기에 목을 매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불쌍하다. 얘기가 옆길로 새나가지만, 학창시절 이름을 접한 그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인류의 공영과 복지를 위해 무얼 했는지 시야가 좁고, 아둔한 나로서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내가 워낙 흥분해 열변을 토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짐짓 숙연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어쨌든 자위의 기쁨을 누렸다. 지금 내게 딸려 있는 '아들 셋'은 구조적으로 나와 불평등한 관계이다. '아들 셋'에 대한 이런 우월적 지위를 발판 삼아, 세계 자본의 심장, 월가에서 '빨갱이 교육'을 시킬 수 있었던 게 통쾌했다.
경제에 까막눈인 내가 일회성으로 횡설수설을 한 게 '아들 셋'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방 끈이 굵고, 긴 사람만이 작금의 한국,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세계 상황에 대해 입을 열 수 있는가. 이제는 우리도 좀 '우리'를 앞세워 생각하며 살자고, 아들들에게 호소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