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 포스터
아수나로
또한 학내 활동을 넘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드는 청소년들도 있다. 바로 등교를 거부하고 수능제도와 대학서열 자체를 반대하는 청소년 활동가 집단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나 청소년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청소년 활동기반 조성모임 '활기', 청소년자유언론 오답승리의 희망 '오승희' 등이 대표적인 단체다.
청소년 활동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이하 아수나로)'는 전국 10여 개 지부에 회원 수만 9000여 명이고 조직 운영도 청소년이 직접 한다. 아수나로는 2004년 설립돼 현재까지 '저항하는 청소년'을 모토로 삼아 청소년 인권에 관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학생들이 진정한 교육감'이라는 취지의 '레알 교육감' 운동을 하기도 했다.
"청소년 운동은 '나이'라는 위계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청소년 활동가 따이루씨의 말처럼 아수나로도 나이로 생겨나는 상하관계를 거부하기 위해 회원들 간에 '언니'와 '오빠'와 같은 호칭도 쓰지 않고 이름이나 별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 문제를 논의할 때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을 배제하는 사회에 일종의 일침을 놓는 대목이다. 전국에 지부를 둔 큰 단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중앙지부'와 같은 중심개념이나 '지부대표'와 같은 직책도 없다. 이처럼 아수나로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단체를 지향한다.
최근 성공적으로 이뤄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주민발의도 아수나로 등 학외에서 활동하던 청소년 활동가들이 발로 뛰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던 일에 이들이 나선 것이다. 거리서명과 우편을 통한 서명 활동을 통해 지난 5월 당시 8만5000장, 6월에 추가로 2만5000장(무효표 포함)을 받아서 발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학외에서 일어나는 교육문제 활동이 학내 청소년 인권활동과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학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생인권 유린문제는 근본적으로 대학서열 문제와 같은 '학교 밖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퇴를 하고 올해 수능거부 운동을 준비하는 따이루(18)씨나 민다영(18)씨도 학내체벌과 같은 학생인권 유린 문제를 겪고 학내 인권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청소년 인권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학내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고용문제, 대학서열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퇴 후 본격적으로 수능과 입시제도, 대학서열 문제 등 학내 학생인권유린을 정당화하는 '교육'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교육문제를 넘어 노동문제, 철거문제, 여성문제 등 사회 현안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 활동가들도 있다. 10대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깜', 청소년 노동 커뮤니티 '알리바바',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Rateen'와 같은 온라인 공간 외에도 '잡년행진'과 '희망버스' 등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의 현장에서 청소년 활동가를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청소년 활동가가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운동 풍토에도 변화가 생겼다. 명동 재개발 3구역 농성장인 카페 '마리'에는 청소년들 1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싱싱함(18)씨는 마리에 오는 이유를 "친구들이 있고 재미있어서"라고 말했다.
기존 철거반대 운동이 철거사 쪽에서 고용한 용역·깡패와의 대치에 집중했다면 청소년과 청년들이 연대하는 홍대 '두리반'이나 카페 '마리'에서는 밴드 공연 등 문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청소년 활동가가 철거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생겨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촛불집회 때부터 사회활동 주체로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