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블랙' 퇴출은 깐깐한 소비자의 승리

"먹어 보니 별 차이 없더라" 소비자 평가와 입소문 때문...

등록 2011.09.06 16:44수정 2011.09.0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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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가격한 가격인상, 폭리, 허위 과장광고 논란을 일으켰던 신라면 블랙 제품 생산이 4개월 만에 중단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신라면 블랙의 퇴출과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3월 출시된 신라면 블랙은 출시 한 달 만인 4월에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두 달 만에 150억 원 누적 매출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출시 4개월 만에 월 매출이 20억 원으로 감소하여 결국 생산중단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판매시작 3개월째부터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현격히 떨어지면서 팔수록 손해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이상 생산과 판매를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업계 1위인 이 회사가 기존 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하여 가격이 2.5배나 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만,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시장에서 퇴출된 것입니다.

처음 출시 당시 신라면 블랙은 영양과 맛에서 기존 제품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것을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은 물가불안을 틈타 라면 값을 인상시키기 위하여 기존 제품가격의 2배가 넘는 유사제품을 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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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 신라면 블랙 이렇게 끝내면 농심만 웃습니다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이윤기

가격은 2.5배, 품질은 기존제품과 큰 차이 없었다

실제로 여러 언론과 소비자 단체가 검증에 나섰는데, 가격은 기존 제품에 비하여 2.5배나 인상되었지만, 성분과 영양 면에 납득할 만한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갖춘 제품",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 등의 광고 문구를 사용하였지만, 언론과 소비자 단체에서는 과장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존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블랙의 영양성분을 비교해봤을 때,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등에서 10g 미만의 적은 차이 밖에 없었으며,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차이 역시 '우골조미분말'과 얇은 쇠고기 조각, 건표고 버섯 등이 고작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기존 제품과 비교하여 원가 인상요인이 많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은 2.5배나 높게 책정하였던 것입니다. 소비자단체와 언론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허위 과장 표시와 광고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1억5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당시 관련 기사를 통해 공정위의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라면 값을 내리는 후속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아울러 공정위의 조치가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출시 한 달 90억 원, 두 달째 50억 원 매출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과 소비자단체의 집중적인 검증 그리고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는 해당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급격하게 무너졌던 모양입니다.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내용물 비교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내용물 비교이윤기

신라면 블랙 퇴출, '먹어보니 별 차이 없더라'는 소비자 평가 때문

이렇게 보면 매출 하락의 주된 이유는 출시 초반 시작된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편법 가격인상을 했다"는 언론 및 소비자 단체들의 지적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위, 과장광고 판명이었습니다.

출시 초반에는 '프리미엄 신제품'이라는 광고를 본 소비자들이 호기심 구매를 하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곧 인터넷을 중심으로 직접 먹어본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평가를 쏟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신라면 퇴출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공정위의 가벼운 처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힘은 구매를 거부한 소비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에 라면을 구입해 먹어보았지만, '비싼 가격에 비하여 맛이나 영양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제품평가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져나간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고 봅니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발판으로 원재료와 품질에 비하여 비싼 제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하려던 기업 제품을 퇴출시킨 것이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신라면 블랙 퇴출은 현명한 소비자들이 거둔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라면 #신라면블랙 #농심 #과장광고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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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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