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마다 변호사와 상의해 대답하고도 진술조서를 고치고 또 고치고...(중략)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머문 16시간 40분 가운데 조사받은 시간은 8시간, 조서를 읽고 서명하는데 걸린 시간은 8시간이 넘는다."
6일 자 <조선일보> 8면 기사의 서두다. <조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곽 교육감이 이렇게 문구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 이유는 녹취록과 관련자 진술로 분명해진 대목까지도 '나름의 부인 논리'를 전개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검찰이 해석했다"고 해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언론과 검찰은 곽 교육감이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 억지로 부인하는 논리를 만들려다 보니 매번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답변했고, 그것도 부족해서 8시간 동안이나 조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검찰과 언론의 찰떡궁합... 대단한 소설가 나셨네
우선 사실 관계부터 정리하겠다. 이틀 동안 곽 교육감이 조사를 받으면서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답변한 사실은 전혀 없다. 피의자가 변호사와 상의를 하며 답변을 했다면 당연히 검사가 이를 제지했을 것이다. 검사의 질문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질문 방식에 대해 두세 차례 정도 이의를 제기한 것이 전부다. 만약 담당 검사가 피의자가 변호사와 상의를 하며 답변을 하는 것을 방치했다면 그 검사는 당장 문책을 당할 것이다.
내친김에 조사과정도 밝히겠다. 5일 곽 교육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곽 교육감은 이미 공언한 대로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대답을 했다. 당연히 답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검사의 조서 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9시 30분께 검사의 조서 정리가 끝나자 진술이 누락된 부분, 진술의 취지가 잘못 기재되어 있는 부분들에 대해 원고를 교정하듯 꼼꼼히 수정해 나갔다.
도중에 속기사가 작성한 녹취록 중 질문과 답변이 통째로 빠져 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조서에 가필하기도 했고, 검사의 실제 질문과 조서에 기재된 질문 내용이 다른 부분은 수정을 요구했다.
조서는 속기록 형식이 아니라 진술의 요지를 기재하는 형식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진술 내용을 조서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피의자가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절차이다. 게다가 교수 출신인 곽 교육감은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문장을 바로잡고 철자까지 하나하나 교정하느라 시간이 지연 됐다. 결국 다음날 새벽 2시에 조서 열람·수정을 마쳤다. 그 이후 영상녹화물을 CD로 옮기고 봉인을 하느라 다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결국 새벽 3시 30분에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6일 조사도 마찬가지다. 조사는 오후 7시에 마쳤지만 이후 검사가 조서를 정리해 오후 11시께에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곽 교육감은 새벽 3시까지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하였고, 녹화영상물을 출력하는 절차를 마친 후 4시 20분에서야 나올 수 있었다. 이러한 절차 탓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사람은 곽 교육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 모두 새벽에야 나온 것도 이런 절차 탓에 지연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언론 플레이와 언론의 소설쓰기는 너무나 심각하다. 그래서 지난 5일 곽 교육감이 검찰 출두에 앞서, 변호인은 검찰이 연일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수사자료를 흘리면서 여론재판을 주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엄중히 검찰의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날 곽 교육감 조사에 입회하며 중간 중간에 뉴스를 검색하다가 다시 한 번 절망감을 느꼈다. 한창 진행중인 곽 교육감에 대한 수사내용이 속보라는 이름으로 <연합뉴스>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다. 10% 정도의 팩트가 90%정도의 소설과 뒤섞여 있었다. 자금출처나 녹취록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뉴스 속보에는 검사가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녹취록 등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곽 교육감을 추궁했다고 나오고 있었다.
검찰은 흘리고 언론은 맞장구치는 여론재판의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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