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아빠, 태일이 엄마가 보고 싶어…." 휴일 저녁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말했다. 박태옥이 쓰고 최호철이 그린 만화 <태일이>를 두 번 읽은 아들이었다. 아들은 다섯 권을 읽는 동안 참 많은 질문을 했었다. "왜 불에 타서 죽어야만 했지? 근로기준법은 지금 잘 지켜지고 있어? 태일이 가족들은 태일이가 죽은 뒤에 어떻게 살았어?"아들의 물음은 간결했으나 아빠의 대답은 지루했다. 마흔세 살 아빠는 열두 살 아들에게 전태일의 삶을 쌈빡하게 정리해주지 못했다. 다만 나중에 태일이가 일하던 평화시장과 태일이가 묻혀 있는 마석 모란공원에 가보자고 약속했을 뿐이다.이소선 여사가 소천했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아온 그가 떠난 것이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희망버스에 오르려 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저려온다.아들과 함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영전 앞에서 묵념을 마친 아들이 아빠의 소맷자락을 붙들고 묻는다. "순옥이와 순덕이는 어디 있어?" 바쁜 걸음으로 문상객을 맞는 그들이 보인다.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 장기표 선생도 보인다. 전태일의 분신으로 삶의 좌표가 바뀐 노동운동가들과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건너편 통일상가를 보았다. 아들에게 전태일이 마지막으로 걸었던 길이라고 일러주었다.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만화 속 장면을 더듬었다. 촛불을 나누는 시민들 곁에서 아들은 태일이가 착한 사람일 거라고 말했다. 아마도 버스비로 풀빵을 사서 시다들에게 나눠주고 집까지 걸어가던 장면을 떠올린 모양이다.촛불은 동대문을 지나 이소선 여사가 살던 전세방으로 이동했다. 시민들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며 고인을 애도했다. 첫 소절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대목에서 울컥했다. 꼬박 11년 전 기자 신분으로 '전태일 분신 30주년, 인생을 바꾼 사람들'을 취재할 때가 떠올랐다. 그때 이소선 여사는 "30년이 지났는데도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라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었다.영정은 전태일 재단 사무실을 거쳐 '한울삶'으로 향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영정이 길거리로 쫓겨날까 걱정돼 이소선 어머니가 백방으로 뛰며 마련한 거처다. 영정이 문 앞으로 다가서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오열했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의 눈도 붉어졌다. 아들이 "저 할머니는 왜 울어?"라고 묻는다. 아빠의 이야기는 1970년에서 1987년으로 옮겨간다. 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상처의 역사다.한울삶 안에서 수많은 영정을 보았다. 인권활동가 박래군씨의 말이 이어진다. "유가협 어머니들은 영정을 보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어머니들은 살아남은 이들의 결혼식이 가장 슬픈 자리였다고 고백한다. "차라리 감옥에 갇힌 장기수라도 살아만 있었으면…"이란 한 맺힌 통곡을 나누며 소주잔을 기울여온 그들이다.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아들이 손가락을 세다 말고 묻는다. "아빠, 태일이가 태어날 때 몇 살이었어?" "두 살.""근데 어떻게 태일이가 죽은 걸 알았어? 아빠도 만화책 읽었어?""아니 그때는 그런 만화책이 없었어…."대학교 1학년 때 읽은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이른바 '불온서적'이었다. 전태일의 편지와 일기를 엮은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도 마찬가지다. 아빠는 불온서적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았다. 만화 <태일이>가 '불온서적'이 아닌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첨부파일 정직일기-3회.hwp 추모문화제-아들.JPG 덧붙이는 글 인권에 관한 이야기와 일상의 소탈한 이야기를 번갈아 올릴까 합니다. 정직한 일기 연재기사들이 한 묶음으로 보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가위에 고생하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첨부파일 정직일기-3회.hwp 추모문화제-아들.JPG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소선 추천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육성철 (ysreporter) 내방 구독하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인권>의 주요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고, 우리 사회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등을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꾸벅... 이 기자의 최신기사 대화로 함께 살래? 싸우다 같이 죽을래?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아들과 함께 걸은 '이소선 어머니의 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시퍼렇게 날 선 칼 갈고 돌아온 대통령, 이제 시작이다 나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유서 어느 중학생의 고백 "부모님,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18년 된 헌 아파트, 직접 고쳐 쓰니 새집 같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