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집 나서야 하지만... 그래도 좋다

[중딩일기] 늦은 밤에 땀 흘리지만 몸과 마음은 마냥 가벼워

등록 2011.09.18 11:58수정 2011.09.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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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면 난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중학생이니까 학원에 가느냐고? 천만에. 난 중2가 되도록 국영수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아,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1년 영어학원을 다니긴 했다. 그 외에는 없다.

 

내가 밤마다 가는 곳은 다름 아닌 합기도 도장. 이제 시작이지만 너무 맘에 든다. 합기도를 다니는 이유는 물론 내 몸을 스스로 지키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찰이 되기 위해서다. 경찰이 되기 위해 꼭 합기도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산점이 있으니 해놓으면 좋다고 한다.

 

합기도 갈 시간이 되면 잠도 몸도 깨는 느낌이다. 여러 가지 호신술을 배울 때에는 뭔가 흐뭇하고(?) 가슴이 뛴다. 합기도 관장님도, 같이 배우는 사람들도 참 좋다. 맨날 학교만 다니는 똑같은 생활 속에서 늦은 밤이지만 합기도는 내게 큰 즐거움을 준다.

 

합기도와 함께 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일렉트로닉 기타(이하 일렉)다. 여름방학 중간쯤부터 기타 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작년엔 드럼을 배웠는데 하다 보니 일렉까지 욕심이 났다.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용돈을 모아 일렉까지 샀다.

 

처음엔 제대로 안 됐지만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이젠 선생님에게 칭찬까지 받는다. 그럴 땐 무지 뿌듯하다. 점점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큰 기쁨이다.

 

낮에는 기타연습, 밤에는 합기도... 이제 시험기간인데?

 

a 통기타와 일렉기타 올초에 산 통기타와 며칠 전에 산 일렉 기타

통기타와 일렉기타 올초에 산 통기타와 며칠 전에 산 일렉 기타 ⓒ 이진선

▲ 통기타와 일렉기타 올초에 산 통기타와 며칠 전에 산 일렉 기타 ⓒ 이진선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합기도와 기타는 내 즐거움이지만 동시에 문제도 있다. 기타 연습을 매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을 뺏는다. 합기도는 매일 밤 10시30분에 시작해서 11시30분에 끝나기에 집에 도착하고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12시다. 학교 숙제가 있을 땐 그 시간에 자지 않고 숙제까지 한다. 그럼 1시에 잘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이전에는 10~11시쯤에는 꼭 잤는데 요즘은 자야 할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학교 수업시간에 졸리다. 곧 있으면 중간고사이기에 공부도 해야 한다. 원래 공부를 안 하는 내게는 이런 생활이 벅차다.

 

그래도 난 좋다. 합기도와 일렉이 참 즐겁기 때문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긴다. 의자에 앉아서 시험 공부계획을 짰다. 경찰이 되려면 공부도 해야 한다. 공부계획을 짜면서 즐거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난 악기를 연주하고 체육을 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한마디로 예체능을 좋아한다. 하지만 장래에 예체능 쪽으로 가고 싶진 않다. 직장 구하기 어려울 듯해서다. 밴드 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 쪽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난 안정적으로 돈 벌 수 있는 직장을 다니면서 여가 시간에 밴드 활동을 하는 게 꿈이다.

 

그래서 생각한 직업이 경찰이다. 그렇다고 경찰을 단지 돈 벌기 위해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명탐정 코난>이나 추리 소설, 범죄 영화 등을 보고 꼭 경찰이 돼서 추리를 해가며 범인을 잡고 싶었다. 친구들이 보기엔 이런 내가 좀 우습겠지만 난 진심이다. 경찰을 하면서 여가 시간에 밴드활동도 한다? 아,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지금 차근차근 내가 해야 할 것을 정리한다. 계획표를 짜고 짜고 또 짠다. 짤 때마다 경찰이 되겠다는 열정이 불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야지.

2011.09.18 11:58ⓒ 2011 OhmyNews
#합기도 #일랙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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