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해씨는 귀촌의 고단함과 즐거움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가 된 귀촌일기 <빈집에 깃들다>를 펴냈다.
도서출판 민들레
"고요한 마을에서 고요함에 대한 욕망을 제대로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이 난간함을 자주 겪으리란 예감이다. 대문도 없고 방문을 잠그는 자물쇠도 없는데다 노크하는 문화도 없으니 마음을 열기도 전에 생활의 모든 것을 다 열어놓아야 했다."텔레비전도 없이 사는 모양이다. 박씨는 "비가 조금 흩뿌리다 그치더니 수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할머니들도 오늘과 내일 비가 올 거라고 하셨다. 우린 텔레비전이 없으니 일기예보를 못 들었다"면서 "비 오기 전에 얼른 고구마 순을 심어야겠기에 장에 갔다"고 해놓았다.
마을 이름도 그렇고 사람들 이름도 예쁘다. '봄이 아빠' '새벽 아빠' '치실 할머니' '꽃샘떡집' '발발이네 아주머니' '대나무집 아주머니' '샘물 할머니'가 사는 마을은 '모래실'이다. '돌이'와 '돌순이'라는 개들이 짝짓기 하는 '거사'도 볼 수 있는 마을이다. 마을사람들은 솔잎을 따다 효소도 만들고, 천연염색을 하기도 한다.
"소나무들이 즐비한 곳에서 솔잎을 땄다. 한 줌 뜯을 때마다 아무 대응 능력이 없는 이의 머리칼을 잡아 뜯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나무를 옮겨 가면 조금씩 땄다."산골 풍경이 그려져 있다. 노루가 농삿일에 방해를 놓기도 한다. "새벽에 논에 나갔다 온 승희(남편)씨는 일부 논은 노루가 다녀간 흔적들이 역력하고 노루가 뭉개버린 논둑을 다시 보수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노루가 몰래 다녀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빙긋 웃음이 나온다. 이런 나를 농부라고 부를 수 있을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