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정문앞에서 연세대와 고려대 총학생회가 공동개최한 '9.19 반값등록금 연고제/고연제 선포 기자회견'.
권우성
지난 8월, 성공회대학교 교수들이 서화전을 열었다. '미등록학생 장학금 마련을 위한 성공회대 교수 서화전, 아름다운 동행'이란 타이틀이 붙은 전시회였다. 나 역시 이 행사 준비 과정에 참여했고 작품도 몇 점 출품했는데 마침 교수 서예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언론사들과 인터뷰할 일이 많았다.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 중에 공통적으로 했던 질문이, "교수님들이 학생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하신 건가요?"하는 거였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연히 울컥 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아니오. 등록금 문제가 이런 식으로 해결될 수는 없지요. 우리는 그저 교수들도 학생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도대체 등록금 문제가 이런 전시회 몇 번 해서 만든 장학금으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란 건 잘 알려져 있다. 경제 수준이나 장학금 혜택 수준 같은 걸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최고의 등록금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대학교육이 기본적으로 사립학교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입시, 돈 놓고 돈 먹는 사교육 경쟁의 장전체 대학에서 사립대학의 비율이 80%가 넘는다. 다시 말하면 대학교육이 국가적 차원의 백년대계가 아니라 사적인 영리를 위한 사업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대학별 장학금으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사학 집단이 단지 대학 설립 시에 돈을 냈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돈을 빼돌려도 건드릴 수 없는 현실에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뿐이 아니다. 한국 대학교육 문제의 핵심에는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학 서열구조가 있다. 서열 구조의 상층부에 자리 잡은 대학들은 천문학적인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 올리기에 주저함이 없다. 등록금이 아무리 비싸도 들어올 학생들은 줄을 선다는 배짱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대학입시 판은 돈 놓고 돈 먹는 사교육 경쟁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사교육에 돈을 많이 쓴 학생들이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는 구조다 보니 대체로 서열 구조의 상층에 자리 잡은 대학에 경제 수준이 비교적 높은 계층의 학생들이 들어간다. 그러니 그런 대학일수록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의식도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장학금을 확충하거나 정부 지원을 늘리는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교육이 가진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하는가의 문제다. 마땅히 학생들이 내야하지만 너무 비싸니까 장학금을 늘리고 정부 재정을 확대해서 반값으로 줄여준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학 안 나와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