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분변토 생산시설농장 한켠에서 농산부산물과 축분을 발효시켜 만드는 지렁이분변토는 고스란히 토양에 뿌려져 흙을 살찌운다.
임경욱
국가 위기 극복하라, 그 방법은 '유기농'하바나(La Habana)는 카리브해의 여러 도시 중 가장 큰 곳이며 쿠바의 중심지다. 전쟁과 혁명의 혼란스런 역사 속에서도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오늘날에도 스페인 식민지시절에 세워진 건축물들이 페인트와 회반죽이 벗겨진 채 10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저물어간 옛 영화를 반영하듯 시내에는 50~60년대에 유행하던 커다란 미국 자동차들이 아직도 거리를 활보해 자동차박물관을 방불케 하였다.
열대의 여름은 습기가 많고 더웠다. 인적이 드문 도시는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시내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밝고 환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그들의 눈빛을 보니, 머지않은 곳에 희망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해가 기울고 서늘해지면 도시의 골목은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카스트로가 집권한 지 벌써 50년이 흘렀으며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이 곳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남한 면적보다 약간 큰 쿠바는 남미와 북미의 통로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로 스페인 식민지를 시작으로 전쟁과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비운의 역사를 살아왔다. 또 피델 카스트로가 열강의 각축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을 선동하여 체 게바라와 함께 일으킨 쿠바혁명으로 집권한 이래 1961년 자본주의 정치체제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와 구 소련의 붕괴로 국가가 한때 위기상황에 직면했으나, 유기농업과 자립경제 체제로 버티면서 현재까지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쿠바는 1991년 경제난이 가중되자 '평화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기농업을 통한 식량과 농업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유기농업을 지속가능토록 한 핵심기둥은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유기농 실천전략을 세워 국민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이다. 또 쿠바 정부는 온 국민이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맨손으로 황무지와도 같은 도시의 빈터에 텃밭을 일궈 가꾼 그들의 지난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지나갔다.
쿠바의 유기농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다. 첫째, 국가 직영농장을 개인 및 협동농장으로 전환해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토지개혁을 추진하였다. 둘째,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 및 공공조직의 노력으로 음식물찌꺼기, 농산부산물, 가축분뇨를 이용한 흙살리기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셋째, 모든 생물은 스스로 병해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생물다양성을 바탕으로 자연순환농법을 정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