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활동가 해외연수, 여행이야기 뉴욕 맛집 소개 두 번째입니다. 오늘은 뉴욕에서 먹었던 한국음식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뉴욕까지 가서 웬 한국음식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하다 보니 현지 음식에 빨리 질리고 한국음식을 유독 그리워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저는 세계 어디를 가던(별로 여러 곳을 가지는 않았습니다) 가급적 현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웬만한 음식들은 무리없이 잘 적응하는 편입니다. 대체로 한국음식점을 가는 경우는 여행사에서 가이드를 해주는 경우입니다. 이번 미국 연수의 경우에도 전체 일정을 여행사가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교통편을 이용할 때는 여해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사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날은 어김없이 한국음식점을 들리게 되었습니다. 워싱터에 도착하던 첫날도 점심과 저녁을 한국식당에서 먹었고, 뉴욕으로 이동하던 날도 점심을 한국식당에서 먹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마지막 날도 점심은 비빔밥 도시락을 배달시켜서 먹었고, 저녁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한국식당에 들러서 먹었습니다.
한국 여행사이기 때문에 가급적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한국식당을 안내해주었고, 저희도 일행 중에 현지 음식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대체로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에 머무는 기간에 갔었던 한국식당들은 이미 지난번에 소개하였구요. 오늘은 뉴욕 체류 기간에 들렀던 한국 식당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한국보다 맛있는 뉴욕의 한국 짬뽕, 효동각
먼저 맛있는 집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뉴욕에서 들렀던 한국식당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곳은 짬뽕 파는 효동각입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들렀다가 뉴엔본부에 가기 전에 효동각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밤새 눈이 하얗게 쌓인 아침이라 따끈한 짬뽕 국물이 생각나더군요. 마침 여행 가이드북에 뉴욕에서 아주 괜찮은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어 그곳을 가 보았습니다. 뉴욕까지가서 웬 한국식 중국음식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날씨가 춥고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서 일부러 한인타운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간판에다 '순 한국식 중화요리'하는 곳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식 중국요리 전문점으로 한국식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 있어 교민과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저희 일행은 짬뽕과 마파두부를 주문하였습니다.
효동각은 얼큰하고 푸짐한 해물이 들어있는 짬뽕이 최고 인기 메뉴라고 하였는데, 역시 소문대로 맛이 좋았습니다. 동네마다 짜장면집이 있고 짜장면집마다 메뉴에 짬뽕이 있지만, 정말 짬뽕이 맛있는 식당은 흔치 않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 해산물을 잔뜩 넣어 주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맛있는 짬뽕집이 있는데, 효동각 짬뽕 맛이 여기에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고추기름을 많이 넣어 붉은 색깔이 진하였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그리 매운 맛은 아니었습니다. 마산에 있는 '무학산 손짜장' 만큼은 아니지만 해산물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국물맛이 진하면서도 라면스프맛이 진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장면이던 짬뽕이던 면이 쫄깃해야 하는데 면발도 국내의 맛집에 비교하여 손색이 없었습니다.
일행 중 몇몇이 전날 한인타운에 있는 다른 한국식당에서 짬뽕을 먹었었는데 맛을 비교해보더니 '효동각'이 훨씬 낫다고 비교 검증을 해주었습니다. 효동각 짬뽕이면 한국에서도 유명 짬뽕집으로 등극할 수 있겠다는데 모두가 공감하였습니다.
짬뽕도 맛있었지만, 제 입맛에는 마파두부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저는 짬뽕을 시켰고 일행 중 한 명이 마파두부밥을 시켰습니다. 밥위에 마파두부를 얹어서 주는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괜찮은 마파두부를 먹어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두부와 소스에 비벼먹는 밥맛이 딱 좋았습니다.
사실 여행사 가이드북에도 '마파두부'는 소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 대표 메뉴로 소개되어 있어서 약간 걱정을 하면서 '마파두부밥'을 시켰는데, 결과는 아주 만족하였습니다. '마파두부밥' 역시 함께 점심을 먹었던 다섯 명이 모두 만족할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감미옥 - 뉴욕 맛집으로 소문나 서울에도 진출한 설렁탕집
감미옥은 뉴욕 한인타운 큰 길가에 있는 유명한 설렁탕집입니다. 두 썸씽과 커먼센트를 방문하였던 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인타운에 있는 뉴욕의 한국 맛집 감미옥에 갔습니다. 나름 설렁탕을 안 먹는 채식주의자인 저는 비빔밥을 시켰고, 다른 일행들은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설렁탕을 시켰습니다.
설렁탕을 먹어 본 동료들의 평가는 '한국의 유명 설렁탕'고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습니다. 제가 먹었던 비빔밥은 그냥 무난하였습니다. 맛있는 비빔밥이라기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국의 터미널이나 역 근처에서 파는 그렇고 그런 비빔밥보다는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한국보다 음식값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구요. 서울에도 진출한 설렁탕집이라는 명성은 인정해줄 수 있겠더군요. 뽀얀 설렁탕 국물도 좋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은 깍두기와 김치맛이 그만이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한국 손님만 가득하지 않을까 짐작하였지만 막상 식당에는 예상과 달리 미국인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터미널, 역전 음식 파는 S가든
뉴욕에 도착한 첫날 여행사 가이드분이 안내해준 S가든이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워싱턴에서 지내는 동안 호텔에서 미국 음식만 먹었기 때문에 한국음식이 살짝 그리운 타이밍이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날, 가이든 분이 차로 데려다 주는대로 이른 저녁을 먹으러 한인타운에 있는 S가든이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부대찌게와 해물순두부를 먹었는데, 여기는 정말 전형적인 한국 음식점이었습니다. 우선 음식 맛은 한국의 터미널이나 역 앞에 많이 있는 식당에서 파는 딱 그맛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메뉴판을 보니 음식 종류가 무려 130가지나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한식요리는 모두 다 메뉴에 올려 놓은 듯한 식당인데, 메뉴판에 나와 있는 음식종류만 130가지(특선요리 및 일반 메뉴 79종, 런치 스페셜 51종)였습니다. 이 많은 메뉴를 어떻게 다 준비하는지 신기하더군요. 한국에는 터미널이나 역 근처에 가면 한식, 분식 등 여러 가지 메뉴를 다 파는 식당들이 있지만, 뉴욕에 있는 이 식당 만큼 메뉴가 많은 곳은 본 일이 없습니다.
역시 메뉴가 많은 식당치고 뭘 하나 제대로 맛있게 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지난 주말 전국시민환경운동가 대회에 가면서 공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갈아타면서 30~40분 차를 기다리느라 대전터미널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잔치국수와 김밥을 먹었는데, 역시 그냥 고픈 배를 채우는 버스터미널 음식이더군요.
한국 비빔밥, 도시락으로 포장·배달도 된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우드베리에서 마땅한 점심 메뉴가 없어 고민하고 있었더니, 여행사 가이드분이 1시간이나 차를 타고 가서 한국 비빔밥 도시락을 사다주셨습니다. 꼭 한국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이드분의 친절을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진에 보시는 것처럼 나물과 고추장, 밥과 국물을 따로 포장하여 담겨져 있더군요. 한국에도 도시락 전문점이 많은데, 비빔밥 도시락은 아직 본 일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가지 행사로 단체 식사를 준비해야 할 경우 사진에 보시는 것처럼 비빔밥 도시락을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도시락에 비하면 나물 담는 그릇이 커야 하기 때문에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바깥에서도 비빔밥으로 한끼를 잘 먹을 수 있겠더군요. 비빔밥 도시락, 한국에서도 꽤 괜찮은 도시락 상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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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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