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아트 대표 이은하2005년 오미이뉴스에 연재된 만화 '꽃분엄마 서울살이'의 주인공이자 만화 스토리를 썼던 이은하 대표
이은하
한참 후에 안 사실이었다. 그 꽃분엄마가 내 대학동기였다. 그러니까 그로부터 연재가 끝나고 4년 뒤였다. 시골에 내려가 살던 내게 이십여 년 만에 연락을 해 온 대학동기가 꽃분이라는 딸을 데리고 온 날 비로소 나는 내 앞에 있는 꽃분엄마가 바로 그 꽃분엄마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내 질문이란 게 이거였다.
"정말 딸 이름이 '꽃분'이였던 것이야?"아무튼 그 꽃분엄마와의 인연은 그렇게 이어지게 되었고, 지점장으로 있어야 할 꽃분엄마가 지금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문화적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 만화차(일명 '붕붕카')를 기획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만화 창작교실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잘 아는 처지에 좀 쑥스러울 법한 일이지만 서면 인터뷰 형식을 빌려 꽃분엄마의 현재 모습과,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로 기획한 만화차 일명 '붕붕카'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인터뷰 들어간다.
"투병 중인 언니 돌보며 눈물로 기획서 썼던 기억이 여전히 아프다"- 먼저,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시라. "벌써 6년이 지났다. <오마이뉴스>에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라는 만화를 연재했었는데 그 때 스토리를 쓰고 실제 만화 속 주인공이었던 꽃분엄마 이은하가 바로 나다. 만약 그 만화가 큰상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제가 지금쯤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좀 큰 상을 받고 보니 '아 내가 재주가 있나보다' 착각하고 이 판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되었던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는 그 다음해 한겨레 출판에서 '꽃분엄마 파이팅'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였고, 한국만화가협회와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하는 '2006하반기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 세 작품 중 하나로 상을 받았다.
- 그럼 그때 그 연재 마지막 장면에서 예상되었던 지점장은? "결국 상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상이 나를 본격적인 만화 스토리 작가로 이끌었다."
- 붕붕아트 대표를 맡고 있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회사인가?"올해 3월에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2011년 지식서비스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사업'이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기왕 시작하는 거 검증도 받고 싶었고 입술 굳게 깨물면서 기획서를 썼다. 그때 친언니가 투병 중이었고, 거의 임종을 앞둔 힘겨운 상황이어서 매일 언니를 돌보며 눈물로 기획서 썼던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나이 많은 아줌마가 아이디어 톡톡 튀는 청년들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54대 1의 결쟁률을 뚫고 어린이 만화 부분에서 최종 선정되었다.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를 그렸던 만화가 동생과 가진 거 탈탈 털어 법인사업자 내고, 사무실 내고 그렇게 시작했다." - '붕붕카'라는 만화차가 독특하다. 어떤 차이고 어떻게 기획되었나?"만화차 '붕붕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획된 아이템으로 알고 있다. 대개 만화가 탄생하는 건 만화가가 혼자 혹은 몇 명이 골방에서 엉덩이 종기 나도록 붙이고 앉아 미간에 빗금치고 창작 작업을 하는데, 이제 조금은 그 골방을 벗어나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과 소통하고 독자인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들도 창작하는 기회를 주자 이런 발상이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눠주면 내 몫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나눠준 만큼 우리 몫이 훨씬 커지고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기분 좋은 일이다. 결국 나눠 준다고 하지만 받는 것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