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어린 세종 이도 역의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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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과 세종 그리고 똘복의 카리스마가 치열하게 맞부딪히며 숨 가쁘게 전개된 1,2회 이야기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어린 세종 이도를 연기하는 배우 '송중기'다. 수목 이틀 방영 만에 그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송중기는 피로 권력을 잡아 온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잘못된 걸 알면서도 쉽게 떨칠 수 없는 두려움, 새로운 조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치이는 젊을 세종을 치밀하게 표현해 냈다. 특히 이도가 "왕을 참칭하지 말라. 상왕은 왕이 아니다. 내가 조선의 임금이다"라고 아버지 면전에다 외치는 2회 장면은 그런 아들에게 칼을 들이댄 태종과의 맞대결에서 고조된 긴장감만큼 압도적이었다.
조만간 중년의 세종을 연기할 한석규의 등장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어린 이도 송중기를 벌써부터 아쉬워하는 이유다.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아버지와 대항할 때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함과 불안이 담긴 눈, 태종이 보낸 자결을 의미하는 빈 찬합으로 절망에 빠졌다가도 마방진의 힌트를 얻었을 때 희열을 느끼는 모습. 익히 알고 있던 세종대왕의 이미지를 뒤흔든 송중기만의 세종에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나의 조선은 다를 것입니다" 나의 드라마는 다를 것입니다 <추리극>자신이 꿈꾸는 조선의 답을 얻는 이도가 무장한 태종을 찾아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을 헤치고 걸어가는 것을 2회 마지막 장면으로 해,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끌어올린 <뿌리 깊은 나무>.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는 사극이 아니다. 제작진의 기획의도와 언론의 드라마 소개를 통해 알려졌듯, 한글 창제와 이를 둘러 싼 연쇄 살인 사건 추적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추리극이다.
세종이 즉위한 지 28년이 지난 후, 그를 이해하는 궁녀 소이와 한글 창제를 함께하는 집현전 학자들이 있지만 학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시작하고, 이에 어린 시절 아버지 죽음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왕을 암살하려는 강채윤에게 사건의 수사를 맡기게 되는 것이 24부작 <뿌리 깊은 나무>의 주요 흐름이다. 한글창제를 담당하는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 살인 사건을 왕을 암살하려던 채윤이 수사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스토리를 통해, <뿌리 깊은 나무>는 궁극적으로 '과연 올바른 지도자상은 무엇인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나아갈 것이다.
나약한 왕 젊은 세종이 아버지 태종에게 대항하면서 왜 하필 문자를 통해 나라의 기틀을 잡으려 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 과정이 전체 스토리의 핵심을 이룬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1,2화에 등장한 방진과 함께, 한자로 쓰여, 뒤바뀐 밀지의 내용을 빌미로 죽게 된 똘복 아버지 이야기는 세종이 꿈꾸는 조선에 왜 한글이 필요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문자가 곧 권력이던 시대, 백성을 위한 세종의 조선에 '뿌리 깊은 나무' 한글은 어쩌면 필수적으로 요구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