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이용하는 도로에 차단기를 설치한 다음 특정인의 통행을 막는 것은 통행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차단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2008년 6월 구룡마을에서 양재대로에 도달하기 위한 도로의 일부에 '입주권 사기 전매가 성행해 구룡마을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개폐식 차단기를 설치한 다음 양재대로에서 구룡마을 방면으로 진행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행선지 및 방문 목적을 확인한 뒤 차단기를 열어 지나가게 했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는 구룡마을에 거주하거나 구룡마을에서 일을 하며 출퇴근하는 K(61)씨 등이 운행하는 자동차의 통행을 막았다. 이 도로는 대모산 등산객 등 일반인들도 이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에 K씨 등은 서울중앙지법에 자동차통행방해금지등가처분을 신청했고, 2008년 9월 법원은 "원고들이 운행하는 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개폐식 차단기를 제거하라"는 가처분결정을 받아 집행관이 개폐식 차단기를 제거했다.
그런데 주민자치회가 다시 개폐식 차단기를 설치하자, K씨 등은 또 자동차통행방해금지등가처분을 신청해 2008년 11월 "원고들이 운행하는 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개폐식 차단기를 제거해야 하며, 다시 개폐식 차단기를 설치하면 원고들에게 각 1일당 50만원씩 지급하라"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결국 K씨 10명은 "통행자유권을 침해당했다"며 구룡마을주민자치회를 상대로 통행방해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7민사부(재판장 이림 부장판사)는 2009년 7월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 또한 일반인의 통행에 제공된 이 사건 도로를 통행할 권리를 가지며, 이 사건 도로를 통행하지 못하면 공도인 양재대로에서 원고들의 주거지 및 일터가 있는 구룡마을에 접근하지 못해 일상생활이 저해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므로 피고의 통행방해행위는 원고들의 통행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운행하는 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피고는 원고들의 거주지에서 입주권 사기 전매가 성행해 구룡마을의 이미지를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주권 사기 전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했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원고들이 입주권 사기 전매와 관련돼 피고와 분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통행에 제공되는 도로에서 원고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30민사부(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도 2010년 7월 "피고가 이 사건 도로에서 원고들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거주자 및 마을에서 일을 하며 출퇴근하는 K(61)씨 등 10명이 구룡마을주민자치회를 상대로 낸 통행방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도로를 통행하려는 자는, 그 도로에 다른 사람이 가지는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그 도로를 통행할 자유가 있고, 제3자가 특정인에 대하여만 그 도로의 통행을 방해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를 침해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치회가 구룡마을과 양재대로를 연결하고 대모산 등산객 등이 이용하는 도로에 개폐식 차단기를 설치한 다음,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행선지 및 방문목적 등을 확인한 후 차단기를 열어 통행할 수 있게 하면서, 원고들이 운행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통행을 금지한 것은 원고들의 통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통행방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