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로 흥선대원군이 주로 사용하던 공간 노안당(老安堂). 이곳에서 인사정책, 주요관제복구, 서원철폐, 복식개혁 등 나라의 주요 정책이 논의되었다.
전은옥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 나서니, 햇살이 따사로웠다. 보통 때도 입장료가 700원뿐이지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무료입장이라는 소문을 듣고 입구에 들어서니 넓직한 마당 오른쪽 수직사(守直舍) 마루에는 직장인들이 커피 한 잔을 들고 드문드문 앉아 짧은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운현궁의 경비와 관리를 맡았던 이들의 거처였다는데, 아들이 임금으로 등극한 뒤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흥선대원군에게 경호가 필요해지자 궁에서 직접 경비병이 파견되고 관리 수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방 안에는 호롱불이나 가구, 화로와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당에는 가을 단풍이 든 큼직한 나무가 몇 그루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한쪽에는 아예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얼마 전 궁중의상 패션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봄 가을에 두 달씩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이 특설무대에서 다양한 전통문화 예술공연이 열리는데 가을에는 9~10월에 이루어진다. 지난 일요일에 볼일이 있어 잠시 사무실에 들르는데, 운현궁 담자락 너머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