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문수산 의혹' 자료 제출 거부

시민연대 "의혹 밝혀져야"...시의회 산건위원장 "울주군 소관, 열람으로도 가능"

등록 2011.10.24 11:56수정 2011.10.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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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0월 5일 문수산 비리의혹과 관련한 2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울산시민연대

지난 10월 5일 문수산 비리의혹과 관련한 2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울산시민연대 ⓒ 박석철


울산지역 시민단체가 문수산 일대 아파트 개발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지방의회의 자체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울산시의회와 울주군의회가 관련 자료 제출과 군정 질의를 거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울산 울주군 굴화리 문수산 일대는 개발 전 경사도 45.8%, 입목본수도 87.8%로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이었다. 기존 울산시 도시개발사업 허가조건은 경사도 30% 이하, 입목본수도 50% 이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9월 열린 울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아파트 건축을 위해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하는 안이 상정됐다. 이와 관련 도시계획위원회는 업체가 아파트부지 외 구역에 경관녹지를 조성한 후 울산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토지용도 변경 안건을 자문·의결했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6년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에 제출된 조서에는 업체가 6800여m²의 구역 외 경관녹지를 조성한 다음 기부채납 한다는 당초의 조건이 누락돼 있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내용이 누락된 그 조서 그대로 업체가 사들인 땅을 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시켰다. 결과적으로 울산시가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한 것이다.

앞서 업체들은 2004년 7월 이 사업부지의 토지 매입을 끝내고 같은해 8월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9월 울산시에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한 상태였다. 이후 2008년 문수산의 주소지가 있는 울주군으로 아파트 관련 업무가 이관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용도 변경의 조건이었던 기부채납 토지가 또 다른 업체에 매각돼 울주군이 다시 아파트 건립을 허가했다.

때문에 ▲특정 업체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능케 한 조례 개정의 사유 ▲용도 변경의 허가조건(토지 기부채납) 불이행에 대한 울산시의 관리감독 여부 ▲관련위원회의 왜곡된 자문 및 심의에 대한 울산시의 관리감독 여부 ▲업무를 이관 받은 울주군이 기부채납 토지에 아파트를 허가해 준 이유 등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부장은 "개발허가가 날 수 없는 곳의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업체의 사업계획이 들어오고, 각종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관련 조례가 개정됐다"며 "개발사업이 허가를 받게 된 과정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산 아파트 건립과정
2004. 6~7 특정 업체, 문수산 사업부지 토지 매입
2004. 8. 교통영향평가 가결
2004. 9. 사업계획승인 신청
2004. 11. 보완접수(종상향)
2005. 1. 교통영향평가 심의 가결(종상향)
2005. 8. 교통영향평가 심의 가결(사업부지 축소)
2005. 9.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 해당 지역 2종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자문 의결
- 용도변경 조건으로 현 2차 사업구역은 경관녹지로 조성 후 기부채납 하기로 함
2005. 11. 건축위원회 심의 의결
2005. 12.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상정(울산시장) 및 시의회 심의보류
2006. 1. 해당 조례 통과
2006. 2. 해당 조례 공포
2006. 4.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보류 (경사도 및 입목본수도 기준 초과)
2006. 5. 도시계획위원회 통과 (1개 층 층수 낮추고 경관녹지 부분 면적증가)
2006. 6.15.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고시(2종에서 3종으로 종상향. 울산시고시 2006-131호)
2011. 8 울산지역에서 특혜 의혹 제기
2011. 9.7 울산시민연대 의혹 제기 기자회견
2011. 9.8 울산시장, 검찰 수사 요구
2011. 10.5 울산시민연대, "울산시장, 울주군수, 도시국장도 수사하라" 요구

시민단체 기자회견 후 울산시장 검찰 고발 의뢰

울산시민연대는 지난 9월 7일 문수산 아파트 개발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지난 9월 8일 박맹우 울산시장은 시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문수산 아파트 건립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모든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관련 공무원과 업체를 사실상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수사까지 의뢰하게 돼 시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울산시민연대는 "시장이 의혹 사안을 인정한 만큼 검찰의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며 "특히 당시 최종 결재권자인 현 울산시장과 당시 관련 공무원인 현 울주군수, 울산시 도시국장도 최종 결정권자인 이번 수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울산시내 주요 도시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어 울산시민연대의 입장이 주목된다. 울산에서는 도심 내 노른자위 지역이었던 시내버스 공용 주차장 부지가 아파트 용지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아파트 인허가 비리사건'(관련기사: 울산에서 사라진 26억, 어디로 갔을까), 건축관련 업체 공무원 뇌물비리 사건, H아파트 건축심의 비리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비리 사건들이 개별 사건으로 묻혀 몸통 수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며 "도시개발 관련 업체와 울산시 간의 끈끈한 유착에 대한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확실히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울산시가 자체 조사했다는 결과를 시의회에 보고 하지 않았고, 울산시 누리집에서 문수산 개발비리 의혹 시기의 도시계획과 관련한 자료(2008년 1월 이전부터 2004년 3월까지)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관련기사:"울산 문수산 아파트 개발, 지역토건 부패 사건")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지난 10월 5일 2차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밝히며 당시 결재 선상에 있던 박맹우 울산시장, 신장열 도시국장(현 울주군수), 김정선 도시과장(현 울산시 도시국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또 시민단체가 의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지만, 시의회가 시민단체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울산시의회, 자료 제출 요구 않고 자료 열람으로

a  기부채납 지역(붉은 선)이 아파트 심의 건으로 올라와 올해 4월 29일 울주군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기부채납 지역(붉은 선)이 아파트 심의 건으로 올라와 올해 4월 29일 울주군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 울주군 도시계획위원회 / 울산시민연대 제공


당초 울산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의회 차원에서 문수산 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울산시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후 2008년부터 업무를 이관받은 울주군에서 야당 의원들이 군정 질문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와 관련 울산시민연대는 "지방 의회가 시정의 들러리로 전락해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의 요구는 오는 11월에 열릴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의원들이 집행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의회 차원에서 문수산 개발비리의혹을 다뤄 달라는 것. 하지만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산건위)는 지난 10월 18일 관련된 자료를 문서로 제출하지 않고 단순히 열람 형식으로 처리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울산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산건위에 자료 제출 조치를 취할 것을 서면으로 통보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부장은 "울산시장이 집행기관의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가)관련 내용의 잘잘못을 확인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는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간의 독자성을 부여해 기관대립형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헌법적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행정사무감사의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시의회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자료 열람형식으로는 사실상 조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어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시의회 산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에 의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감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며 "하지만 이는 소추를 목적을 할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행정의 잘잘못을 밝힐 목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군의장이 동료 의원 군정질문 막아


한편, 울주군에서도 군의회 의장이 직접 야당 의원들의 문수산 의혹에 관한 군정질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김민식(민주노동당) 울주군의원은 울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수산 아파트 특혜 의혹과 관련해 울주군수에게 군정질의를 하려 했으나 의장에 의해 거부됐다"며 "군정질의에 대한 답변이 의회 집행부의 핑계로 거부된 것이 아니라, 군의회 의장에 의해 거부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최근 벌어진 기부채납 부지 증발에 대한 울산시와 울주군의 행정적 책임 논란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해당자료를 요구했다"며 "2008년 해당 아파트 관리권이 울주군으로 이관 될 때 넘겨받은 자료에 기부채납 부지가 명시돼 있는지만 확인해도 행정적 책임소재는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만약 행정적으로 울주군의 책임을 면하게 되더라도 신장렬 울주군수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기부채납 부지에 대한 안건이 울산시 도시계획심의원회 자문회의에 상정되고 결정될 당시 해당 주무부서의 장이 현 울주군수였다, 기부채납 부지에 새로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준 최고 결재권자가 신 군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의회 권명호(한나라당)산업건설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수산 의혹은 검찰 수사 중에 있는 사항이고 지난 2008년 울주군으로 이관된 안건이라 굳이 울산시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며 "자료 열람을 통해서도 필요한 자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료 제출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울주군의회 최인식(한나라당)의장은 지난 22일 "현재 울산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로 시끄럽고 행정감사를 앞두고 있는데 굳이 울주군이 군정질문을 할 이유가 없다"며 "군의원들은 서면질의를 하고 답변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시의회 #울주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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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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