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안국동 희망캠프에서 시민복지기준선을 발표하고 있다.
남소연
반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교육공약은 단순합니다. 박원순 후보는 아직 선거공보에 나온 내용 이외 다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값등록금 등 사회이슈에 호응하는 것과 공교육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 후보는 전면 무상급식, 보육의 공공성 강조, 서울 시립대 반값등록금을 내세우면서 학자금지원조례, 혁신학교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박 후보가 서울교육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교육관련 세부 공약이 아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아서 참고로 박 후보와 교육운동단체들이 교육정책협약식을 한 내용을 기초로 교육공약을 분석해 봅니다. 여기에는 교육에 관한 협의체구성을 비롯해 교육자치를 존중하는 것과 교육민관협의체 구성, 방과후 교실활성화와 예체능교육지원 등 '3+7 공약'이 담겨져 있습니다. 실현된다면 서울교육을 또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후보는 시민들에게 귀를 열어놓고 소통하고 경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청에서 한발나서서 교육에 대한 선진적인 철학과 가치를 갖고 서울교육청과 협력해 서울교육을 이끈다면 서울교육은 행복교육에 한 걸음 다가갈 것입니다. 그는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늘 인간을 연구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실현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 후보의 열린 귀를 우선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약내용을 너무 늦게 발표하는 박 후보의 느린 걸음에 염려가 됩니다. 당선된다고 해도 세부적인 내용을 가다듬을 시간이 박 후보에게는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시장선거 바로 다음날 인수위 없이 취임해야 해서, 이를 정리할 시간이 아예 없다고 봅니다. 11월 초에 2012년 예산안이 서울시의회에 제출 돼 그 간격이 짧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두 후보의 교육공약을 살펴보려 하니 며칠 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과학축전' 기억이 났습니다.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킨 이번 행사는 서울시내 과학반 학생들이 과학을 주제로 참가자와 함께 실험을 하고 소개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기를 기원했지만, 한편으로 이벤트성 행사 말고도 일상에서 학생들이 과학실험이 ㅈ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축전 행사는 서울시가 3억 원을 지원하고, 서울교육청이 1억 원을 지원한 행사라고 합니다. 이처럼 서울시는 교육정책에 많은 돈을 씁니다. 마침 행사가 개최된 곳은 여의도 물빛 광장으로 최근 서울 한강르네상스토목공사가 마무리된 장소입니다. 한강을 축소시켜 만들었다는 그 광장은 물빛무대를 중심으로 스텐드도 마련되어 있어서, 소공연을 하기 딱 좋아 보였지만 설상가상으로 물을 모아가둔 화강암 물길 바닥에는 물이끼가 벌써부터 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전임시장이 그토록 강조한 르네상스사업. 르네상스 정신은 위대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절 서울 르네상스는 정신이 빠진 허상만 있었습니다. 진정한 르네상스란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르네상스' 정신은 인간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는데, 한강 르네상스는 오직 토건업자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이벤트성 과학축제 행사도 역시 정신적 가치를 배재한다면 결국 한강 르네상스와 같게 변하지 않을까 반성했습니다.
두 후보의 교육공약을 살펴보며 전임 서울시장의 토건사업을 떠올린 이유는 이번 두 후보의 교육공약이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의 대결이고 토건사업 대 사람에 대한 투자로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 안의 교육의 양극화를 줄이고, 교육환경을 평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즉 교육의 외적인 르네상스가 아닌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교육철학이 필요합니다. 시설의 평준화가 아닌 내용의 평준화, 함께 밥 먹는 급식공부 인간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지금, 교육감 역할도 함께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서울시장의 출현을 기다려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명신 서울시 교육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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