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남소연
"조폭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조현오 청장지난 21일 인천에서 발생한 조폭의 난동에 조현오 경찰청장이 다시 한번 발끈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적극적인 총기사용을 주문했다. 확인해 보니 조현오 청장이 총기 사용을 주문한 것이 올 들어서만 세 번째라고 한다. 지난 5월 서울 난우파출소 취객 난동 사건을 계기로 적극적인 총기사용을 주문했고 다시 올 8월, 인권단체 등의 반대에도 총기사용 매뉴얼을 개정하여 재차 총기사용을 주문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현오 청장의 적극적인 총기사용 주문을 두고 외부의 반응도 그렇지만 경찰 내부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조현오 청장이 제시하는 해법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크다.
물론 난우파출소 사건도 그렇고 이번 인천 조직폭력배 사건 역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범죄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 같은 공권력 경시와 강력 범죄 준동에 대해 경찰이 강력하게 대처하여 치안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경찰이 현장에서 제대로 상황에 맞는 조치와 준비를 충분히 다한 것인지, 과연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점은 없었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은 없고 오직 강력한 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아 벌어진 것처럼 주장만 거듭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조직폭력배의 범죄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이용하여 조현오 청장이 최근 행한 발언에 대해 인권운동가 입장에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25일, 조현오 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조폭 문제를 다룰 때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며 "올해 말까지 경찰은 조폭과 전쟁을 하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불안한 치안을 걱정하는 이들 입장에서 들어보면 치안총수로서 행한 이 같은 발언이 일견 '참 속 시원한 언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율했다. 경찰청장의 발언은 너무도 위험하고 경박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조폭은 싫다, 그런데도...나 역시 조직폭력배가 싫다. 세상에 조폭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약한 자를 괴롭히고 핍박하는 조직폭력배들이야말로 경찰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더불어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분명히 확인되어야 한다. 즉, 법치주의를 채택하는 문명국가답게 엄중한 처벌 또한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인권' 역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그렇다.
그런데 이 당연하고도 중요한 원칙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를 사실상 부정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인권'의 가치가 어떤 특수한 상황, 조건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일 수밖에 없다. 모든 독재의 논리가 그렇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박정희 독재권력이 자신의 영구 집권을 획책하기 위해 단행한 이른바 '유신의 불가피성' 논리가 그랬다. 당시 박정희는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로서 대한민국이 가진 특수한 조건과 상황을 들어 이를 정당화했다. 즉,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 옷'이라며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독재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독재인 '유신'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세계 모든 독재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조현오 청장의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조폭의 인권이 '또 다른 우리'의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왔다. 처음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숙청했다. 나는 둘 다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엔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이미 나를 위해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유명한 독백은 독일의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마르틴 니묄로가 쓴 <전쟁 책임 고백서>의 일부이다. 그는 히틀러 나치 정권의 전쟁을 막지 못한 잘못에 대해 고백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의 궁극적 목적도 이것이다. 강조하지만 나 역시 조폭이 싫다. 하지만 인권은 그 누구에게나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그 '무엇'이다. 인권은, 어떤 경우에는 싫다고 빼앗고 또 다른 때에는 기분 좋다고 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누구에게나 보장해줘야 할 절대적 원칙인 것이다. 그런데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 같은 인권에 대해 "앞으로 조폭 문제를 다룰 때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