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 위원장으로서 2008년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등을 이유로 총파업을 지시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행(53) 전 위원장이 대법원에서 업무방해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근로자 100명 중 2명이 지역집회 참가를 이유로 2시간 파업에 참여한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데, 검찰이 이들 사업장까지 업무방해죄의 피해 사업장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8년 7월 당시 이석행 위원장은 '광우병 쇠고기 전면무효화 및 재협상 쟁취'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총파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 집회를 가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현대자동차 조합원 3만5000명은 집회 참가 후 무단 퇴근해 2시간 동안 자동차 생산 작업을 일제히 거부하는 방법으로, 기아자동차 조합원 2만9828명도 같은 방법으로 총파업에 동참했다.
또 이랜드그룹의 뉴코아 등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면서 불매운동, 매장 출입구 봉쇄, 매장진입 시도 등을 통해 뉴코아 및 홈에버 매장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받았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정원 판사는 2009년 3월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노동쟁의대상이 될 수 없는 광우병 쇠고기 전면무효화 및 재협상쟁취, 한반도 대운하 반대, 물, 전기, 가스, 철도, 교육, 의료, 언론시장 사유화 정책 폐기, 기름값, 물가폭등 저지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산하연맹에 파업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여상원 부장판사)도 2009년 6월 이석행 전 위원장의 항소와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금속노조의 시기집중 파업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요구를 걸고 파업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대운하 문제 등을 이슈화하기 위해 시기집중파업의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고 진술했다"며 "노조가 위와 같은 목적달성을 위해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불법파업에 해당하고, 그럼에도 피고인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파업참여를 독려하는 지침을 하달한 이상 총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행위에 대해 공모공동정범으로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이랜드그룹 전국 유통매장에서 집중타격투쟁을 하기로 결의해 각 노조에 지침이 전달됐고, 뉴코아 등의 파업이 정당한 파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투쟁지침을 하달하고, 민주노총에서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중앙선봉대를 구성해 이랜드그룹 매장 주변에서 연대집회를 개최해 각 노조의 투쟁을 지원하고, 지지발언을 하는 등 조합원들의 업무방해행위를 적극 도운 사실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이석행 위원장이 주도한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파업이며, 그로 인한 피해액도 거액에 이른 점 등에 비춰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사의 항소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이 수회에 이르기는 하나,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동부에 적극 요청해 노동부 주재로 노사간 교섭이 이루어지게 하는 등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석행 전 위원장은 "설령 정치파업이라고 하더라도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7일 이석행 전 위원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원심이 2008년 7월2일 총파업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미국산 쇠고시 수입반대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판단해, 파업이 매년 상반기에 집중되는 이른바 '시기집중 동시파업'으로서 각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이 주된 쟁의 목적도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 등이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이랜드그룹 관련 각 파업이 정당한 파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투쟁지침을 하달하고 매장 주변에서 연대집회를 개최하게 하는 등 조합원들의 업무방해행위를 적극 도움으로써 피고인과 조합원들 사이에는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서로의 의사가 상통해 불법파업에 대한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의 연락이나 인식이 있었고, 피고인이 일정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업무방해의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2008년 7월2일 총파업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개별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는지에 관해 보면, 공소사실 중에는 근로자 100명 중 2명이 지역집회 참가를 이유로 2시간 파업에 참여하는 등 그 파업 규모만으로는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장까지 업무방해죄의 피해 사업장으로 적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 공소사실에 적시된 사업장 중 일부는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 이 부분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영옥(46·여)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1.10.27 17:00 | ⓒ 2011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