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방아다리 약수터에서2008년 여름, 아토피를 앓는 큰애와 갓 두 돌을 지난 둘째를 데리고 전국의 숲을 찾아 다녔습니다.
서부원
중년이라는 말이 무척 어색한 40대 초반의 젊은(?) 부부지만, 요즘 20~30대 젊은이들의 연애 풍경과 결혼관을 보노라면 낯설기만 하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요즘 말로 하면 '스펙'에 해당될, 비슷한 '조건'의 파트너를 찾으려는 것부터가 솔직히 놀랍다. 그들 나름대로의 '합리적 사랑법'이라고 하지만, 주판알부터 퉁기려는 그들이 과연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까.
또 '운명 같은 만남' 따위는 없다면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현실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큰둥하게 말하는, 멋대가리라고는 하나 없는 젊은이들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리 요모조모 따져봐야 나중에 이혼할 확률도 낮을 것 아니냐는 그들의 말에선 대체 배우자와의 결혼인지 장사치들의 흥정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결혼은 분명 '현실'이지만 배우자를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환상'이 없다면 삶 자체가 얼마나 건조할까. 어쩌면 결혼이란 팍팍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가슴을 뛰게 하는 '환상'에 의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만남에 앞서 '조건'을 미리 재보는 건 서로를 '간 보는' 행위로, 서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뜨겁게 결혼했다고 해도 사랑의 감정이 시간이 흐를수록 묽어지고 옅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결혼한 지 햇수로 12년째지만 우리 부부의 서로에 대한 '환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우리 부부는 연인이기에 앞서, 똑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탓에 말투도, 식성도, 생각까지도 닮아버린 '동호회원'이기 때문이다.
배우자 선택 기준을 두고 '외모는 3년, 성격은 10년, 취미는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살아보니 그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알겠다. 서로 취미가 같다는 건, 단언컨대 결혼 생활 최고의 축복이다.
나아가 그것이 배우자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우리 부부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끝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던 힘이 됐을 뿐만 아니라, 지금껏 신혼 때처럼 가슴 뛰며 살아가게 만드는 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