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율학슴을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온 고등학생 아이가 말한다.
그러면서 '눈찢어진 아이'부터 진중권, 도올까지 줄줄이 읊는다. 기껏해야 아이돌 여가수나 축구가 관심의 주종목인 아이들이고 '나꼼수'방송을 들어볼 시간도 없는 데도 '나꼼수'로 인해 화제가 된 내용들이 이야깃거리가 되는가 보다. 그만큼 요즘 '나꼼수'가 신드롬급 아니 신드롬이다.
'가카 헌정 방송'를 내걸은 인터텟 방송 '나꼼수'는 횟수로만 벌써 26회째를 맞이한 제법 오래된 방송이다. 그런데 요즘 날마다 '나꼼수'를 둘러싼 논의들이 연일 포탈 사이트의 메인에 걸린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한 마디에 생숫값까지 물어내라는 이른바 '나꼼수빠'들의 반격에 대해 갑론을박이 도를 넘어서고, 특보를 내세워 '나꼼수' 출연으로 도올의 EBS 강의가 재개되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온다. 심지어 NYT까지 '나꼼수'는 젊은이들의 분노를 대변한다'는 분석기사를 싣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나꼼수'를 이 시대의 이슈가 되게 만들었는가? 아마도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서울시장 선거였을 것이다. 만약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된 데에 문화 예술 분야의 공로상을 주고자 한다면? 영화배우 김여진씨 등 많은 분들이 선거 유세 과정에 참여를 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은 것은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일 것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해온 '착한 원순씨'를 알던 알지 못하던 또박또박 말 잘하고 참하고 똑부러지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한편에선 비열하게 '네거티브 전략'을 내세워 대표적 재야 인사의 프로필을 마구 흠집내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대해, 그리고 거기에 무력한 통합 진영의 정책의 답답함에 가슴을 쳤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나꼼수'가 그것을 확 뚫어준 것이다. 그들도 말한다. 한나라당이 말도 안 되는 박원순씨의 경력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불러 놓은 자리에서 '박원순 변호사의 병역 기피'가 왜 말도 안 되는가를 속시원히 설파하고, 거기에 세트 메뉴로 나경원 후보의 사립학교법 개정 개입과 가카 내곡동 사저 음모, 그리고 1억 원을 호가하는 병원을 드나드는 나경원 후보의 개인적 면모까지 속시원하게 훑어내렸다.
이른바 '야성'을 지닌 정론지들이 미적미적하며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그런 일이 하면서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을 때 마치 프로야구 편파 해설중계처럼, 노골적으로 하지만 '펙트'에 입각하여, 그리고 충분히 고소, 고발의 위험이 있는데도 용감하게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을 섰다. 그리고 그것은 박원순 후보 진영의 미흡했던 부분을 긁어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가장 큰 원군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나경원 후보를 흠집(?)내는데 결정적 한 방이 되었다.
선거가 끝나고 여전히 '가카 헌정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일간지가 그저 단신으로 취급해버린 도올 김용옥 선생의 EBS 강의 중단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나아가 'BBK' 사건에 대해 '가카'의 허리 아래까지 걸고 넘어질 기세에 이르자, 진중권씨는 그건 아니다라며 한 마디 훈수를 두었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불같이 반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으로 넘어가면, 진중권을 넘어 '나꼼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그리고 나아가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입장까지 내보여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실제로 진중권과 '나꼼수'는 일찌기 '곽노현 교육감' 문제를 둘러싸고도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였고, 그 앙금? 혹은 다른 노선은 여전히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꼼수'의 입장은 단순하다. '곽노현 교육감' 문제에서도 그렇듯이 곽노현이든 박원순이든 우리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에 골몰할 동안 그들은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싸워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의 편에 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단순한 논리가 그런데 사람들에게 쏙쏙 먹히는 것이다. 일찌기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이 정권이 싫어서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처럼, 사람들은 그저 싫고, 혹은 그저 고맙고, 그저 좋은 것이다. 그리고 싫은 건 딱 까놓고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제는 정론를 내거는 신문들조차 노골적으로 누구의 편이라 밝히지 못하고 어정쩡한 양비론 식으로 나아갈 때 '나꼼수'는 확실하게 노골적으로 옳은 건 옳다, 틀린 건 틀리다 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기에 '나꼼수'를 비판한 진중권에 대해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는 고소와 고발을 불사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위해 싸우는 시간에 팔짱끼고 바라보다가 이제 와서 발 걸고 넘어지는 비겁한 행태로 보였기에 분노하는 것이다.
또 하나,
MBC는 수요일 밤 12경에 '라디오 스타'를 무르팍 도사의 짜투리 시간에 방영했었다.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들을 불러다 놓고 그들에 대해 돌아다니는 루머를 캐묻고 그들의 처지에 대해 심지어 조롱하며 웃고 떠든다. 마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술 자리에서 뒷담화 하는 식으로, 그리고 그걸 보며 사람들은 '권위'와 '허세'를 벗어던진 인간의 모습에 푸근함을 느끼고 공감을 하는 것이다.
'나꼼수'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랑이 '깔때기'가 되고 '목사 아들'이 '가카'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찬송가를 부르는 '나꼼수'는 인터넷판 라디오 스타인 것이다. 누군가 트위터에 말하듯이 이쪽은 웃자고 하는 얘기에 심각하게 달겨든 쪽 자체가 모양새가 우스워지는 것이다. '나꼼수' 자신들이 이미 희화화된 상태에서 어깨에 힘을 쫙 빼고 하는 방송인데 거기에 진지한 충고 자체가 모양새가 이상해 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나라당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고 고육지책으로 한나라당판 '나꼼수'를 만들려고 했으나 대중의 호응 대신 조롱을 받고 쭈그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꼼수'의 신드롬에 대해 보수 진영 못지 않게 민주 진영 자체에서 너무 과한 거 아니냐란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신드롬은 그저 '나꼼수'라는 자체가 아니다. 그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를 쟁취한 데서 오는 시민들의 승리에 찬 세레머니라고 조금은 여유롭게 바라봐줘도 되지 않을까? 그것이 과하다면 신드롬은 그저 신드롬에 그친 채 사그라 들 것이다. 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것은 진보의 논객이 아니라 역시 또 신드롬을 만들어준 청자들일 것이다. 그런데 '가카'가 계신 동안 '헌정 방송'은 계속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선거는 또 다가온다.
2011.11.02 16:44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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